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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라캉, 사랑, 바디우
저자 박영진
출판사 에디투스
출판일 2019-04-25
정가 22,000원
ISBN 979119662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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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장 사랑-사이의 계보와 “라캉과 바디우 사이”

2장 수학과 사랑
성별화 공식

양상
위상학
매듭 이론
사랑의 공백

3장 정치와 사랑
동시대 사랑의 위기
우애의 재발명
공동체
인류
사랑의 탈권력

4장 반철학, 철학, 사랑
라캉 반철학
「토니 타키타니」의 사랑에 관한 대화
반철학과 철학의 뒤얽힘
결론 없는 대화

5장 바캉적 사랑: 『D에게 보낸 편지』
만남
관계/과정
결혼과 성차
증상
권력
죽음/삶
이념

나오며
“사랑에 관한 말하기는 가장 급진적인 잘못 말하기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과연 알고나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관한 말은 끊이지 않는다. 사랑에 관해 말하는 책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더 보탤 것도 없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하며 그 나름의 견고한 체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래 전 작고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레이먼드 카버는 이러한 안이한 추정에 찬물을 끼얹는다. “사랑에 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 해야 마땅해.” 이게 무슨 말인가. “사랑은 말야……”로 시작하는 모든 이야기는 모두 헛소리이고 심지어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고 하는 건 좀 심한 것 아닌가.

이는 사랑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으니 입 다물고 너희는 사랑이나 해라. 이런 소리가 아니다. 정반대이다. 사랑이란 그럴듯한 이론이나 지식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반(反이론 반(反지식의 차원에 속하니 너희가 사랑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의심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사랑을 말하는 것은 필요 불가결하지만, 사랑에 대해 잘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렵다. 하지만 오늘날 사랑을 둘러싼 상황을 돌아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만도 아니다.

동시대 사랑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관념은 ‘안전한 사랑’이다. 우리는 어떤 위험 부담도 없이 조건적인 거래에 따른 사랑을 종용하는 미디어와 눈 뒤집어지면서 사랑을 해 봤자 현실 앞에서 다 부질없다는 늙은이들(이것은 결코 생물학적인 의미가 아니다의 훈계를 들으며 살고 있다. 미디어와 늙은이들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알고 있으며 사랑에 대해 옳은 말과 틀린 말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러나 그들의 말도 연애 포기 세대의 절망, 연애 자본의 양극화, 저출산, 남혐 여혐 갈등과 같은 사회적 증상 앞에서는 잠잠해지고, 사랑에 내재적인 역설과 난점, 모호성과 곤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