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와 몰상식이 판치는 시대는 어떻게 도래했는가
요동치는 오늘날의 세계 질서에 대한 명쾌하고 심층적인 통찰
근래 들어 국내 정세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커져가는 극우 분위기,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행태 등 우리가 최소한 지켜져야 한다고 여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소련 해체를 거치면서 형성된 민주적 세계 질서는 이제 더이상 당연하지 않은 듯하다. 푸틴, 트럼프, 시진핑 등 세계 최상위 권력자들과 여러 국가의 독재자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수십 년 동안 러시아 및 동유럽의 현대사를 비롯해 권위주의 체제의 실체를 파헤쳐온 앤 애플바움이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요동치는 오늘날의 세계 질서를 진단한다. 분석의 핵심은 세계 각지의 독재 세력들이 서로 단합하고 지원하는 정교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집단은 개인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단호한 결의로 묶인 기업 집단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이른바 ‘주식회사 독재정치’다.
오늘날의 독재 국가는 20세기와 무엇이 다른가
‘독재 국가’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맨 꼭대기에 악인이 앉아 있고, 그가 군대와 경찰을 통제한다. 군대와 경찰은 무력으로 국민을 위협한다. 사악한 부역자들이 있고, 용감한 반체제 인물도 일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 같은 이미지는 현실과 그다지 닮지 않았다. 오늘날 독재 국가는 악인 한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도둑정치 방식의 재정 구조, 군대, 준準군사 조직, 경찰을 비롯해 다양한 보안 기관, 감시와 선전선동(프로파간다, 가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된다. 이 네크워크 구성원들은 한 독재 국가의 내부뿐만 아니라 다른 독재 국가, 때로는 민주 국가의 일부 구성원과도 연결되어 있다.
독재 국가들은 유럽 연합과 미국 등 부유한 민주 국가들의 제재를 받더라도 기꺼이 그를 감수한다. 중국·소련·이란 등의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