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서 유래했고, 무엇이며, 어디로 향하는가
“나는 주인의 목숨을 구하려고 무서운 적에게 당당하게 맞섰던 영웅적인 작은 원숭이나, 산에서 내려와 사나운 개에게서 자신의 어린 동료를 구해 의기양양하게 사라진 늙은 개코원숭이에게서 내가 유래되었기를 바란다.”(2권 630쪽
찰스 다윈의 『인간의 유래』가 세상에 나온 지 150년 이상이 지났지만, 이 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물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그리고 철학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많은 문제를 다룬다. 원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인간 진화와 성선택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로 이루어졌으며, 두 주제는 성선택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논의하면서 하나로 접목된다.
『인간의 유래』에서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방대한 생물학적 조사 자료를 비롯해, 여러 학문의 지식을 통합해 인간과 유인원이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입증하는 다윈 특유의 논증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다윈은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행동과 미적 감각, 문화적 다양성 역시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산물임을 시사한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지적 능력과 도덕적 자질을 사회적 동물의 공감 능력에 대한 연구로 발전시키며, 문명과 종교의 유래에 대한 논의에까지 발을 내디딘다.
진화, 성선택, 그리고 인종의 다양성
‘인간의 유래, 즉 인간의 기원’이라고 이름 붙은 1부의 주요 주제는 인간이 다른 동물에서 유래되었으며 특별하게 창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윈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해부학적 증거를 나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정신 능력 역시 변화 가능한 형질로 이해해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다윈은 인간의 계통도를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먼 조상이 남녀 모두 털로 덮였으며 뾰족한 귀와 큰 송곳니와 물건을 붙잡는 발을 가진 아프리카의 유인원이라고 추정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척추동물의 가장 원시적인 조상은 “대추멍게의 유생과 비슷한 해산동물”로, 이로부터 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