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구루루 굴러 우리 앞에 도착한
작디작은 ‘한 알’ 속 크디큰 이야기,
시인 장석주의 첫 번째 동시집!
1979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문학평론으로 입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한 시인 장석주. 그렇게 지금껏 장장 1백여 권이 넘는 저작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온 그가 생애 첫 동시집을 선보인다. 앞서 2015년, 시 「대추 한 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동명의 그림책이 많은 어린이와 학부모의 사랑을 받았는데, 『또르르 똑똑 빗방울 삼 형제』 속에도 마찬가지로 보잘것없이 조그마한 대상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화자가 등장한다.
손에서
놓친
감기약 한 알
저 혼자 또르르
굴러
장롱 밑에 숨었네
장롱 밑은
어둠의 세계
(…
감기약은
하얗게 질린 채
장롱 밑에
숨어 있겠네
-「감기약 한 알」 중에서
작고 연약한 것을 지나칠 수 없는 어린이 화자의 살뜰한 마음은 동식물과 사물을 가리지 않는다. 수록된 첫 번째 시에서부터 화자는 장롱 아래로 굴러떨어진 감기약 한 알을 걱정한다. 장롱 밑 그 “어둠의 세계” 속에 “괴물”이 “우글우글”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얗게 질린 채” 떨고 있을 알약의 두려움을 헤아리는 마음, 작은 틈 안으로 괴물들이 산다고 여기는 공상까지. 장석주의 동시 세계는 애정 어린 연민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작동하는 세계이다.
염소 똥은
까맣구나
검정콩같이
동글동글
(…
초록 풀을 먹는
염소가
왜 까만 똥을 눌까요?
-「염소 똥」 중에서
하찮은 염소의 똥을 들여다보며 검정콩을 떠올리던 화자는 그리하여 모두가 당연하다 간주해 그 누구도 제기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초록 풀을 먹는/ 염소가/ 왜 까만 똥을 눌까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하다. 초록색 풀만 먹는 염소의 똥이 왜 까말까? 이러한 기존의 상식 앞에 과감히 질문을 던지는 태도, 『또르르 똑똑 빗방울 삼 형제』 속 화자는 수더분하면서 동시에 용감하다.
순수한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