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계속되는 전쟁 이야기
단세포 생명체가 분열을 거듭하며 진화한 끝에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했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지구는 현재까지 생명이 확인된 유일한 행성이지만, 인간은 서로를 보듬고 협력하기보다는 끊임없이 갈등하며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역사학자 윌 듀런트는 그의 저서에서 3,421년의 인류 역사 중 전쟁이 없었던 기간이 단 268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끊임없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쟁은 전장에서 싸우는 병사들에게는 목숨을 앗아가거나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다. 하지만 전쟁터 밖에서도 삶은 전쟁과 다름없다. 남자들이 모두 떠나버린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에게도, 전쟁은 또 다른 형태의 싸움이 된다.
대부분의 전쟁 이야기가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전쟁의 시간》은 전쟁이 남긴 공백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무기 공장에서 탄약을 만들고, 가족을 지키며, 새로운 사회 질서를 형성한다. 전쟁이 단지 전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이들의 삶을 통해 보여 준다.
전쟁이 끝나면 남성들은 돌아오지만, 여성들이 만들어온 새로운 세계는 흔들린다. 그러나 그들이 겪은 변화와 투쟁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와 흔적은 끝내 사라지지 않으며, 전쟁 후의 삶 역시 또 다른 싸움이 된다. 《전쟁의 시간》은 전장 밖에서 벌어진 끝나지 않는 생존의 전쟁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전쟁의 또 다른 얼굴을 강렬하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미니멀한 그래픽이 극대화하는 감정과 메시지
《전쟁의 시간》은 전쟁의 참혹함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현실을 미니멀한 그래픽이라는 강렬한 방식으로 조명하며 전쟁이 남긴 흔적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낸다.
단순한 선과 기하학적인 얼굴 표현은 등장인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