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 작가는 죽었는가? 1990년대를 만든 미술가들 7
1 그리기의 시작과 끝
‘그리기’를 그리는 화가 김홍주 17
의미 비껴가기 문범의 ‘회화 아닌 회화’ 33
“그냥 흔들리다 문득” 김호득의 수묵 미학 49
김춘수의 “수상한” 파란 그림 67
도윤희의 “눈이 없는 시선” 81
2 경계 넘나들기
“예술은 일상이다” 윤동천의 ‘힘’ 97
최정화의 플라스틱 아트 그 알록달록한 껍질의 세계 115
“한국화는 있다” 황창배의 해체 133
이불의 ‘몸’, 그 불투명한 껍질 151
3 말하는 미술
‘틈’으로의 여행 박이소의 움직이는 기호 169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안규철의 사물극 183
“죽음을 기억하라” 조덕현의 열린 기호학 199
4 가장자리 미학
모성을 통한 여성주의 윤석남의 어머니 219
홍승혜의 “유기적 기하학” 235
신경희의 몸으로 쓴 일기 251
김주현의 “단순하게 복잡한” 구조 269
5 유토피아 너머
윤영석이 지은 “시간의 사원” 287
아우름과 떠남의 미학 김수자의 보따리 303
시간으로의 여행 우순옥의 ‘다른’ 장소들 319
그리움을 그리다 김보희의 생태주의 유토피아 333
형식을 깨는 모더니즘 미술을 넘어서서
작가의 개성마저 내던지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작가는 여전히 살아 있는가?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계는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대표되는 서구 포스트모던 미술을 수용해 구체화했다. 근대부터 이어진 모던 미술이 기존의 규칙을 버리고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을 강조했다면, 포스트모던 미술은 차용과 혼성을 받아들이면서 작업의 출발점인 ‘작가’마저 내던졌다.
이런 미술 현장의 모습은 문학가 롤랑 바르트가 외친 ‘저자의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작가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모호한 작품과 해석하는 관람자만 남는 것이다. 하지만 윤난지는 ‘작가는 죽었다’는 바르트의 말을 ‘작가는 살아 있다’며 되받는다.
윤난지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미술 현장을 지켜보며 그 변화를 글로 옮겨왔다. 『작가는 살아 있다』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20명의 작업을 해설하면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과 그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고, ‘작가의 죽음’을 말하는 포스트모던 작품 뒤에서 ‘살아 있는 작가’를 발견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변신
윤난지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현대미술사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미술사학자다.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지냈고, 현대미술사학회·서양미술사학회·미술사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윤난지는 제각각 일탈한 듯 보이는 한국 현대미술 작품들을 사회역사적 배경 위에서 살핀다.
『작가는 살아 있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월간미술』에서 격월 연재된 「1990년대를 만든 작가들」을 보완해서 출간한 책이다. 윤난지는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폭넓게 담아 해설하며, 그 흐름을 일관된 형식으로 서술한다. 가장 먼저 작가가 던지는 화두와 작가의 접근법을 살핀다. 이어서 중요 작품과 전시를 해설하고 작업의 변곡점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작가의 작업물 전체를 꿰뚫는 의미를 잡아낸다.
1990년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작가와 작품을 생산한 시대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