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화가가 되면 이 이야기를 꼭 그려야지.”
-오승민 작가, 열두 살의 꿈 「돌배」를 마침내 그리다!!
『점옥이』 『붉은 신』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 등 그림책을 지었고 수많은 책에 다양한 그림을 그린 작가 오승민이, 『은하철도의 밤』 『첼로 켜는 고슈』를 이어 세 번째로 미야자와 겐지 작품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작가 오승민은 어린 시절부터 겐지 작품에 깊이 매혹되고 영향을 받은 진정한 겐지 독자이기도 하다. 열두 살에 돌배」를 읽고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나중에 화가가 되면 꼭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작품, 살아오면서 가까운 존재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면 숨겨 둔 보물을 꺼내 보듯 떠올리곤 했다는 돌배」를 마침내 그림책으로 만들었으니, 독자로서도 작가로서도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그런데 한 인간으로서 오승민은 돌배」를 어떻게 읽었을까?
“아빠 게가 아기 게들에게 들려주는 말은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자신과 타인들에게 건네는 말처럼 보여요. 우리가 사는 것은 찰나에 불과하죠. 언젠가 죽어야 하는 한계 지어진 존재예요. 우주의 시간으로 비교하면 잠깐 반짝하며 빛나고 사라지는 인생이기에 자작나무 꽃잎이 흘러가는 아름다움과 돌배 향기를 맡는 기쁨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오승민
이렇게 겐지의 세계관, 철학, 시적 언어를 깊이 이해하는 오승민은 겐지의 심상스케치에 따른 묘사를 자신의 이미지로 완벽하게 창조한다. 그림작가 오승민은 돌배」의 어떤 점에 주목했을까?
“계절에 따라 계곡물 속에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묘사가 압권인데, 금빛과 푸른빛, 흰색과 검정빛이 교차하며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바라보게 해요. 빛과 그림자라는 것이 삶과 죽음의 메타포로 읽을 수 있고 기쁨과 행복, 슬픔과 고통의 은유로도 볼 수 있겠죠.” (오승민
그래서일까. 오승민은 주인공인 아기 게와 돌배를 제외하고 색깔을 최대한 절제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속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투명하고 부드럽게 펼쳐 놓는다. 무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