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비에도 지지 않고》는 미야자와 겐지가 투병 중이던 1931년 11월 3일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수첩에 메모 형식으로 적었던 글이라고 전해집니다. 아픈 몸을 돌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다짐했을 미야자와 겐지. 군국주의 시대 속에서도 욕심내지 않고 생명을 귀히 여기며 평화를 꿈꾸었던 그의 소망과 철학이 담긴 이 시는 9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_9쪽
삶, 죽음,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함축하여 표현한 걸작
미야자와 겐지가 37세의 짧은 생을 마칠 때까지 수차례나 고쳐 쓸 만큼 애착을 가지고 공을 들인 『은하철도의 밤』은 가난 때문에 따돌림을 받는 소년 조반니가 은하철도를 타고 은하를 여행하며 행복을 알아가는 이야기로 SF 만화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원고는 끝내 완성이 되지 못한 채 남겨졌지만, 훗날 수정 원고가 발견되어 학자들에 의해 네 차례의 수정 과정을 거쳐 현재의 원고가 탄생하였습니다. _15쪽
어둑한 소나무와 졸참나무 숲을 지나자 갑자기 텅 빈 하늘이 펼쳐지며 은하수가 희끔히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쳐져 있는 것이 보이고, 언덕 꼭대기에 있는 천기륜 기둥도 또렷이 보였습니다. 꿈속에서도 향기가 날 것 같은 초롱꽃인지 들국화인지 모를 꽃들이 일대에 온통 피어 있고 새 한 마리가 언덕 위를 울면서 날아갔습니다. 조반니는 언덕 꼭대기의 천기륜 기둥 밑에 도착하자마자 후끈 달아오른 몸을 차가운 풀밭에 내던졌습니다. _67쪽
바로 그때 어디선가 “은하 정거장, 은하 정거장”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졌습니다. 마치 불똥 꼴뚜기 수억만 마리의 빛을 단번에 화석으로 만들어 온 하늘에 가라앉힌 듯, 혹은 다이아몬드 회사에서 값이 내려가지 않게 몰래 숨겨 두었던 다이아몬드를 누군가가 한순간에 모조리 흩뿌려버린 듯 눈앞이 환해져서 조반니는 자신도 모르게 연거푸 눈을 비볐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