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판하게 된 경위는 고조리서를 공부하겠다는 지인들이 있어 『한국식경대전』을 추천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저인 『한국식경대전』은 오래전에 출판되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책인 데다, 간혹 시장에 나오는 헌책조차 수십만원에 판매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몇 부를 복사하게 되었다. 이 책은 1981년 고 이성우 교수님이 3년 6개월 동안 고조리서의 자료를 하나하나 파일로 정리하며 만든 자료집이다. 이 책이 불세출의 명저이지만, 출판된 1981년 이후 발굴된 고조리서가 너무 많아서 이 책만으로는 고조리서 공부가 이빨 빠진 듯 빈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득이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1981년 이후 발굴된 고조리서를 정리하게 되었다.
정리하다 보니, 고조리서만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양조서적도 추가했다. 1960년대 이전, 시장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약탁주는 이미 입국 술빚기가 주된 제조법이 되었지만, 법률적으로는 누룩으로 빚는 술이 중심이었기에 당시의 책에는 주모뿐 아니라 술덧을 관리하는 것도 누룩을 이용한 방법이 서술되어 있다. 또 쌀이 부족하여 잡곡(보리, 밀, 옥수수, 조와 수수 등으로 누룩술을 빚어 쌀로 만든 약탁주처럼 만드는 방법이 시도되던 시절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시기의 경험과 이를 수록한 책은 누룩으로 빚는 전통주에 있어 중요한 유산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이 시기를 주목하는 분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초로 누룩으로 빚는 산업화된 술빚기와 잡곡으로 빚는 술빚기에 대한 경험을 책에 기록한 시기이기에 그 정보는 귀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자료집에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