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시간에 주목하는
독특한 퀴어 서사
작가 리 라이는 2022년 스텔라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고 나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책의 핵심적인 의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퀴어 스토리들이 더 흔하게 다루는 ‘관계의 시작’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친밀하고 덜거덕거리며 가정적인 관계랄까, 그런 관계에 동반되는 모든 시련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죠.”
이 작품은 사랑의 시작이 아닌, 이별에 주목한다. 퀴어 커플 레이와 브론은 아이와 함께 숲을 헤매거나 서로의 육체에 탐닉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하지만, 점차 가족 간의 갈등은 물론 개인적인 의구심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온다. 이별은 감정의 슬픔만을 격발하기보다는, 변화와 성장을 이끈다는 것을 작품은 보여주려 한다.
지지와 혐오와 사이
유동하는 관계의 역학을 그리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헤어짐으로 인해 촉발되는 슬픔의 감정 자체에 큰 관심이 있지 않다. 그보다는 헤어짐의 둘레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역학’에 좀 더 집중한다. 그 중심에 주인공 커플 각자의 자매가 있다. 레이의 언니 아만다, 그리고 브론의 여동생 그레이시가 그 둘이다.
퀴어 커플이 함께 있는 장면보다, 그 커플이 자기 자매와 함께 있는 장면이 양적으로도 더 많을 만큼, 작가는 이들과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저는 두 주인공과 자매 간의 관계에서 뾰족함, 유머, 그리고 깊은 보살핌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레이의 언니 아만다는 트랜스여성 브론을 “머리가 어떻게 된 애”라고 힐난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복잡미묘해진다. 다른 한편, 브론을 전적으로 지지하던 여동생 그레이시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작가는 완전한 악당 혹은 완벽한 지지자라는 이분법적 분류가 비현실적임을, 그리고 그런 유동하는 애매한 관계 속에서 인간이 성숙함을 표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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