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함으로 꿰뚫은 ‘일상적 사물과 시공간’의 비의(?意
스스로 소설 창작자이자 논평자, 교수자의 입장인 필자가, 오랜 독서 경험과 고민 끝에 정선한 작품과 자료들을 담박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소개하고 있는 ‘입문서’적 소설 비평서이다. 그러나 최근 소설로의 ‘본격적 탐사를 위한 진입로’ 역할을 자처하는 필자의 변이 과공(過恭으로 느껴질 만큼 그 모색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진폭과 심도를 아우르면서도 언어 자체의 수사로 떨어지지 않는 본 저작에서 필자는, 이 방면을 공부하거나 관심이 있는 일반 대중과 학생들을 위해 수많은 실제 작품들을 예시하며 그것에 다양한 음영을 더하는 음악과도 미학적 총화를 구현해낸다. 필자는 2000년대 이후의 소설들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글의 테마에 맞는 음반과 미니픽션을 배치하고, 동일 소재를 소설화한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비교.대조해나간다. 이렇게 우리 주변을 심상하게 둘러싼 사물과 시공간에 상상적 마법을 작동시켜 배면의 원리를 탐색해나가는 과정에서, 일상은 더 이상 객체적 대상이 아닌 근원적인 의미를 가진 주체로 우리를 역습해 들어온다.
같은 글감에 대한 이 시대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접근법과 소설적 형상화 방식의 차이에 대한 간명하고도 깊이 있는 해석은 작품의 내외적인 의미의 자장을 더욱 폭넓게 확산시킨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삶과 세계에 대한 필자의 깊은 통찰은, 작품 자체에 대한 분석의 탁월함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문학 관련 이론서에서 흔히 조우하기 힘든 정서적 공감의 지평에까지 우리를 이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