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1위의 화제작
알맞게 도착한, 작은 선물 같은 이야기
매해 일본 출판사 다카라지마샤가 발표하는 《이 만화가 대단하다! このマンガがすごい!》는 일본 현지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만화들의 랭킹으로, 상업적·오락적인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 만화가 대단하다! このマンガがすごい!》의 랭킹에서, 특히 여성 독자들의 순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느껴지는 듯하다. 히트작인 소년만화나 순정만화가 순위를 차지했던 기조에서 조금씩 벗어나, 보다 개성 강한 작가들이 개인의 일상, 내면을 다루는 만화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가장 여실히 보여준 것이 『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이하 해변의 스토브이다. 2024년 여성편 1위를 차지한 이 단편집은 신인 작가 오시로 고가니의 데뷔작이자 단정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일곱 편의 일상 드라마로 채워져 있다.
“신기해요. 조금 전에 만났는데 같이 목욕을 하다니.”
“그러게요.”
“신기한 김에 제 얘기를 좀 들어주실래요? 저요, 최근에 임신을 했어요.”
_「눈을 껴안다」 중에서
『해변의 스토브』 속 단편들은 이별과 만남, 탈피와 도주를 행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연인과 헤어진 후 말 거는 난로와 떠난 이별 여행 이야기 「해변의 스토브」, 죽은 친구를 기억하는 낯선 이와 하룻밤 동안 눈 속을 걷는 「눈 내린 마을」은 이별에 대한 이야기로, 갑작스런 헤어짐의 얼떨떨함, 뒤늦게 찾아오는 슬픔의 모습을 그린다. 한편 얼려 죽일 사람을 고르기 위해 도시에 나타난 설녀와의 여름을 그린 「설녀의 여름」, 어느 날 사고를 당해 투명해진 남편과의 사랑을 그린 「당신이 투명해지기 전에」는 만남이자 이별의 이야기다. ‘설녀는 여름에 무엇을 할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비현실적인 존재와의 만남과 이별은 기분 좋은 사랑스러움을 선사한다. 반면 투명인간이 되어 형태를 잃은 남편으로 인해 그간 ‘나’는 ‘너’의 무엇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