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위대한 지휘자, 불멸의 거장,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이룩하고, 이스라엘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을 이끈 당대 최고의 마에스트로, 우리에게 익숙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청소년 음악회. 이런 수식어가 결코 과장스럽지 않은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 올해는 그의 사망 2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런 그에게 이 책은 한 가지 수식어를 더 붙여 주려고 한다. ‘정치적 좌파’.
이 책은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된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이다. 하지만 한 음악가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단순한 전기는 아니다. 원서의 부제처럼 이 책은 그의 ‘정치적 삶’을 다루고 있으며, 번스타인이 이룩한 놀라운 업적을 처음으로 그의 진보적 정치활동과 연결 지어 보여준다.
20세기 격동의 미국 정치사를 헤쳐 온 번스타인의 음악 인생
1943년에 화려하게 데뷔하여 1990년에 숨을 거두기까지, 레너드 번스타인은 카라얀과 더불어 최고의 지휘자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그의 화려한 성공뿐이었다. 음악으로 정치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던 번스타인은 실제로 냉전기 미국의 시대상 속에서 큰 시련을 겪었다.
이제까지 연구된 적이 없었던 FBI의 파일과 그동안 간과되어 온 미 의회도서관의 문서 자료들을 철저히 검토한 저자 배리 셀즈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1950년 미 국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트루먼 대통령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국무부 산하 기관에서 번스타인의 음악을 일체 금지했다. 1951년에 번스타인은 핍박을 두려워하여 자진해서 뉴욕 필하모닉 지휘자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아이젠하워 정부는 해외 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그의 여권 발급마저 금지했다. 1950년대 중반에야 그는 뉴욕 필하모닉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자신의 정치적 죄과를 고백하는 치욕적인 진술서에 서명한 뒤였다. 1956년, 하원 조정위원회의 내사 대상이 되면서 다시 한 번 박해가 시작되려던 찰라, 친구인 상원의원 케네디의 도움으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