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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어떤 패배의 기록 :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
저자 김항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5-02-17
정가 20,000원
ISBN 97889364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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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비평

1장 말기의 눈과 변경의 땅
고바야시 히데오의 비평과 만주 기행문

2장 현대 일본의 비평과 그 임계점
가라타니 고진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2부 민주주의

3장 보편주의와 식민주의
일본 전후민주주의의 임계점

4장 평화, 천황 그리고 한반도
와다 하루키와 전후 일본 평화주의의 함정

5장 핵의 현전과 일본의 전후민주주의
‘현실적 이상주의’의 계보와 정치적 심연

3부 혁명

6장 혁명을 팔아넘긴 남자
혁명정치의 아포리아에 관하여

7장 요도호 납치 사건과 혁명의 황혼녘
비밀, 음모, 테러와 북한이라는 무대장치

에필로그 양 떼, 늑대 무리, 그리고 기민(棄民
포스트 3·11의 사회 풍경에 대한 소묘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전후 일본에 내재한 식민주의를 감지하지 못하다
고바야시 히데오와 가라타니 고진의 비평

1부 ‘비평’에 묶인 두편의 글은 전후를 대표하는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의 비평 작업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패전 이전에 주로 활동한 ‘근대 일본 문학비평계의 전설’ 고바야시 히데오는 일본의 정체성을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 수행 속에서 찾았다. 그리고 전쟁 시기 임박한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생활자에게서 궁극의 일본인을 발견했다. 그러나 고바야시의 시선은 역설적으로 일본 본토가 아니라 변방으로 향했다. 식민지와 변방에서 임박한 죽음을 절대적 사실로 묵묵히 받아들이는 궁극의 일본인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죽음의 정치적 의미는 끝내 추궁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즉, 강요된 죽음을 수긍하는 것만이 정치적 실존의 유일한 길로 만들었던 식민주의의 비밀에는 끝내 다가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패전과 함께 모든 것은 망각의 늪으로 빠져버렸다. 전후 일본은 이렇게 시작했다.

2장은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일본 비평가이자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1970년대 연재작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을 실마리 삼아 전후 일본 비평의 임계점을 고찰한다. 가라타니 고진은 일본 신좌파가 ‘연합적군 사건’(1972으로 몰락한 후 ‘마르크스주의는 끝났다’고 평가받은 바로 그 시점에 마르크스론 연재를 시작했다. 그의 의도는 마르크스 읽기의 가치가 끝나지 않았음을 말하는 동시에 기존 일본 마르크스주의의 마르크스 독해가 교조적이었음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것이 전후 일본 비평의 한 정점이자 일본 비평을 근본적으로 성찰한 성과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가라타니의 기획 역시 청산되지 못한 식민주의라는 한계 내에 머물렀다고 비판한다. 식민주의에 대한 성찰은 있을지언정 보편주의와 연루한 식민주의를 내재했던 전후민주주의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전후 보편주의의 공백과 함정
민주주의와 평화 논의의 발목을 잡은 식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