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9
책머리에/13
제1장 언어라는 장치/19
말의 도구성
말의 힘
감정의말/말의 기계
단어연쇄장치와 로고크라시
제2장 문자에서 문체로-한자와 언어적 근대/39
“단일어Singlish” 우화
조선에서의 한자 ㆍ 한문
일본에서의 한자와 언어적 근대
한자 문제에서 문체 문제로
제3장 ‘도쿄어’ 표상의 성립/65
잃어버린 ‘교토어’ 의 위신
‘언어혼합’ 으로서의 ‘도쿄어’
표준어 정책과 도쿄어
제4장 야나기타 구니오와 ‘국어’ 의 사상/75
‘국어’와 ‘일국 민속학’-근대 비판과 내셔널리즘
‘표준어 제정’ 정책의 성립
‘선택’과 ‘동의’
‘표준어’와 ‘방언’ 의 개념
방언주권론方言周圈論과 언어지리학
지명의 권력
일본어와 일본인의 기원
제5장 ‘협의의 일본인과 ‘광의의 일본인’
-야마지 아이잔의『일본인민사』를 중심으로
‘일본인’ 이란 누구인가
야마지 아이잔의『일본인민사』
고대의 ‘일본제국’
아이잔의 ‘투란주의’
아이잔류 비교언어학과 진화론
맺음말
제6장 ‘정음’의 제국//143
음성으로서의 ‘국어’의 발견
‘정음’의 제국으로서의 ‘국어’
미국 ‘농아聾啞교육’의 전개와 시화법의 발명
‘시화법’과 이자와 슈지
제7장 국어학 ㆍ 언어학 ㆍ 국학/161
‘국어학’과 ‘국학’의 거리
유럽에서 문헌학과 언어학의 대립
도키에다 모토키의 언어학 비판
제8장 ‘국어’라는 말의 새로움/173
‘국어’라는 새로운 말
낱말인가 언어 전체인가?
보통명사인가 고유명사인가?
내부의 시점과 외부의 시점
국어와 조국
제9장 ‘일본어’와 ‘국어’의 틈새/185
일본어의 두 얼굴
식민지의 ‘국어’ ㆍ 제국의 ‘일본어’
‘국어/일본어’의 이분법
제10장 ‘일본어’에 대한 절망/195
‘질곡’으로서의 ‘국문학’
시가 나오야와 기타 잇키의 ‘일본어 폐지론’
제11장 ‘국어’와 언어적 공공성/209
‘국어’와 ‘일본어’
‘국어’와 ‘모어’
‘국어’와 글로벌리제이션
공용어와 언어적 공공성
글로
말이란 환영(幻影
우리는 말(こと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말을 통해 서로 헤아리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세계를 이해한다. 말이 우리 곁에 밀착되어 있는 한, 우리는 말을 일부러 의식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평소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되돌아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그 맞은편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때, 이제까지 그토록 친숙하던 풍경은 서먹해지고, 때로...
말이란 환영(幻影
우리는 말(こと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말을 통해 서로 헤아리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세계를 이해한다. 말이 우리 곁에 밀착되어 있는 한, 우리는 말을 일부러 의식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평소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되돌아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그 맞은편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때, 이제까지 그토록 친숙하던 풍경은 서먹해지고, 때로는 엄니를 드러내고 덮쳐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저 있다. 말이 의식될 때마다 나는 우물거리거나 침묵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은 나라는 개인에게만 생기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한 동료끼리 아무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는 말이, 한 발짝 밖으로 나가는 순간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리는 세계로부터 고립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일 수도 있다. 아니 단지 통하지 않는 것뿐이라면 그나마 낫다. 우리가 문득 내뱉은 말이 모멸이나 적대시하는 대상이 된다면 두 번 다시 자기들의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질지도 모른다. 말을 부정당한다는 것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실 ‘소수자minority’로 불리는 사람들은 많든 적든 이러한 생각을 가슴 속에 숨긴 채 살고 있다. 슬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