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이쾌대, 윤석남, 신경호, 송현숙, 홍성담, 정연두, 미희……
디아스포라 서경식이 만난 조국의 미술과 미술가들
“언제 어디서든 미술작품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내게 더없이 소중한 기쁨이다. 먼 외국의 작가라던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도 작품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일지 자유롭게 상상하면서 때로는 정겹게 대화하고, 때로는 격렬한 논쟁도 벌여본다. 마음속에서도 그럴 정도인데 살아있는 미술가와 실제로 만나게 되면 그 기쁨은 더욱 각별해진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 이후 20년,
디아스포라 서경식의 또 다른 미술 순례기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서경식이라는 이름을 저자로서 기억하게 된 것은 1993년 번역 출간된 『나의 서양미술 순례』 덕분일 것이다. 이 책은 이제는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거의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은 ‘미술 기행’의 거의 첫 출발에 해당하는 책이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판매되는 몇 안 되는 미술 기행기이기도 하다.
많은 독자들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통해 그림 읽기의 새롭고도 친근한 방법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조국에서 옥살이를 하는 형들(서승, 서준식의 옥바라지를 하는 30대의 재일조선인 청년에게 유럽의 다양한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들은 지하실에 난 창문으로 겨우 들어오는 희박한 공기였다고, 저자는 그 책에서 기록한 바 있다. 예술이 역사와 현실과 삶과 독특하게 뒤섞이며 서로를 해석하거나 확장하는 놀라운 장면들이 그 책에 가득 담겨 있었다.
이번에 출간되는 『나의 조선미술 순례』에서 저자는 이제 60대가 되어 유럽의 미술관이 아닌 한국의 미술관들을 순례한다. 30대의 재일조선인 청년이 집착했던 주제들, 죽음, 섹슈얼리티, 가족, 민족…… 같은 것들이 여전히 60대 재일조선인 노교수의 눈과 귀와 온갖 감각들을 사로잡고 날카로운 통찰들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과 삶의 변화를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 지점들 역시 드러난다.
가령 저자는 이제 홀로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작품과 고독하게 마주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