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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꽃그늘 환한 물 -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저자 정채봉
출판사 길벗어린이
출판일 2009-09-05
정가 11,000원
ISBN 978895582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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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보다 환한 눈빛으로 만물과 대화하는 스님
『꽃그늘 환한 물』에서 흰구름은 산속 깊은 곳에 머무는 한 스님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눈이 크고 키가 큰 이 스님은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나무하고 밭 매고 밥 짓고 공부하며 홀로 살아갑니다. 빨래를 하다 말고 물끄러미 흘러가는 개울물에 눈을 준 채 마냥 앉아 있는 스님의 눈빛은 물빛보다도 맑습니다. 스님은 잘 닦아 놓은 마루에 발자국을 낸 새들에게도 빙그레 미소로 화답하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는 갈무리해 둔 무를 꺼내 배고픈 산 짐승들을 거두어 먹입니다.
늦가을 장에 다녀오던 스님은 개울 한쪽 귀퉁이에서 파란 융단 같은 이끼를 쓰고 있는 작은 돌 하나를 발견하고는 추운 겨울 이끼가 얼어 죽지 않도록 거처로 데려옵니다. 스님은 이끼 덮인 돌을 가져오며 개울가 풀, 돌, 물고기를 향해 조곤조곤 말을 건넵니다. 데려와서는 돌이끼와 방 안 사물들이 서로 낯설지 않도록 인사를 나누도록 하지요. 스님은 이렇게 주변 모든 사물을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하고, 존중하고 보호하며 불가에서 이르는 ‘자비’를 몸소 실천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생명 사이에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마음이 옅어지는 세상 풍속에 견주어 볼 때 스님의 행동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 추운 겨울을 나고 봄이 되자 스님은 예전 자리에 돌을 도로 가져다 놓습니다. 그러고는 모두에게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이르지요. 이끼에게도 어려움을 견디며 다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합니다. 연약한 존재를 돌보지만, 스스로 힘을 키워 자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은 진정으로 대상을 아끼고 돌보는 행동이겠지요. 그렇게 스님은 작별 인사를 전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산수유 꽃가지 속으로 사라집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동화
정채봉 작가는 활발하게 글을 쓰는 작가인 동시에 평생을 출판인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많은 문인은 물론,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님, 김수환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