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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밤의 숲에서
저자 임효영
출판사 노란상상(A일원화
출판일 2019-04-29
정가 14,000원
ISBN 979118886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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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매우 분주한 것입니다. 태어나고 자라 어른이 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의 한 가족으로서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세월과 함께 나이가 들어 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지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아지게 되면 우리는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지금 무엇이 남아 있을까?’, ‘이 생이 모두 다하면 그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기에 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딸과 아들을 낳고 기르고, 또 그 딸과 아들이 커서 자식들을 낳아 기르는 동안 할머니는 갖고 있던 대부분의 것들을 잃었습니다. 완벽히 자신을 위해 남겨 둔 것이 하나도 없었지요. 온전히 자신을 위한 집 한 채 남겨 두지 않았습니다. 오직 딸과 아들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흘려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할머니는 괜찮았습니다. 자식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골치가 아프다는 이유로 서서히 멀어져가도,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자식들의 집을 옮겨 다니며 살아야 한다 해도,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어느 날 파란 털 한 가닥을 얻게 되었습니다. 머리에 돋아난 파란 털 한 가닥을 누군가는 싫어했지만 할머니는 이 파란 털을 하나의 부적으로 여기며 소중하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할머니는 다른 자식의 집으로 여행을 떠나던 중,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둑어둑 어둠이 찾아오고 어느 낯선 숲에 발을 들이게 된 할머니는 숲에서 기다리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숲에서 나갈 수 있지?”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왜 나가려고 하지?”
친구가 물었습니다.
“난 그곳에서 왔으니까.”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넌 이제 이곳으로 왔으니까.”
친구도 대답했습니다.

- 22쪽 중에서

그때 할머니는 깨달았습니다. 밤의 숲은 생의 끝에서 만나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밤의 숲에서 그곳으로,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지요.

‘할머니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