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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제주 신화와 동아시아 신화가 만나면
1장 대립하며 공존하는 두 명의 창세신
- 대별왕과 소별왕
2장 ‘꽃’과 ‘실’을 든 여신
- 삼승할망
3장 일곱 개의 별과 일곱 마리 뱀, 그 사이
- 칠성신
4장 ‘검은 암소’와 함께 길 떠나는 여신
- 가믄장아기
5장 천상의 남자, 지상의 여자 그리고 곡식 종자
- 자청비 이야기
6장 사만이와 해골, 그리고 머리 사냥
- 사만이
7장 죽음 뒤의 세상, 영혼의 길을 밝혀주는 노래들
- 강림과 큰부인
8장 영혼의 인도자 새
- 지장아기씨와 새
9장 거인 창세여신 이야기
- 설문대할망과 거인 창세여신들
10장 마을의 수호신들
- 제주도의 본향신과 바이족의 본주
11장 돼지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
- 남성 영웅과 여신의 돼지, 그 의미
12장 바다에 씨를 뿌리다
- 잠녀굿(요왕굿과 ‘제룡’ 이야기
나오는 말
‘무쇠석함’을 타고 다시 바다로 나가며
중국 소수민족 관련 지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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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신들을 바깥으로 불러내다
제주는 탐라국 시절부터 자신들만의 문화를 전승해왔으며 여기에 대륙과 해양의 다양한 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런 연유로 제주 문화 중에서도 특히 제주 신화는 육지와 바다의 신화적 요소들을 고루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주는 육지의 봉건왕조로부터 끊임없이 수탈을 당해왔다. 특히나 근현대 시기에는 굴곡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처럼 아픈 역사의 기억은 방어기제로 작용하면서 제주 신화를 ‘세계 구비서사시의 중심’에 놓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주변부’로 여기게 만들었다. 이런 모순적인 시선들이 공존하다보니 이제껏 제주 신화는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제주‘만’의 것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신화의 세계를 ‘중심’과 ‘주변’으로 나누는 일이야말로 부질없는 짓이다. 신화의 세계에 중심이 어디 따로 존재하며 주변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적은 인구의 소수민족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구비서사 속에서 ‘세계의 배꼽’은 언제나 그들 신화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는 중심이면서 주변이고, 동시에 주변이면서 중심이 된다. 이제 남겨진 숙제는 제주 신화가 다른 지역, 다른 민족의 신화들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특히나 제주는 지정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어느 한 지역에만 ‘속한’ 곳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어떤 특정한 ‘국가’에 소속되었다는 관념이 매우 희박하던 시절부터 제주 사람들은 아무런 ‘경계’ 없이 바다를 넘나들었으며, 그것은 그들의 신화에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존재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 결과 제주 신화에서는 육지를 통해 대륙과 이어지는 신화적 모티프가 만나고, 또 바다를 통해 중국 남부나 태평양과 이어지는 신화적 모티프가 만난다.
또한 신화는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단순하게 이야기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는 발생부터 전승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생겨난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인문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주 신화는 중국 소수민족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