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7
여백 13
글씨라는 마을 14
종이 위의 길 15
먹을 갈다 17
숨을 쓰다 19
묵향 20
먹만 남다 21
쓰지 않고 쓴 22
먹은 물이 있어 24
먹은 한지를 만나 25
내 몸에 맞는 27
눈을 감은 듯, 쓰는 29
전체를 보고 31
획을 긋듯 32
그냥 33
글씨를 쓴다는 것은 34
글씨라는 장르 36
서예 39
까다로운 유머 45
슬픈 유머 47
다른 한 세상 49
그들의 선물 53
향기 기운 정서 55
낯선 58
아주 오래된 62
가리지 않는 64
획 하나에 하루가 담기고 66
생긴 대로 68
개, 머루 먹듯 70
글씨체와 건축 72
겉과 속 76
경계 78
글을 빼앗기면 80
동주의 떨리는 획 82
조선학교 복도에서 만난 한글서예 84
우리 사이에 86
세종의 언어, 정음 87
정음에서 다시 한글로 90
모어 92
한글서예 94
모음과 자음 99
쉬운 100
여성이 진화시킨 글씨, 한글궁체 103
궁 안, 그 시간에서 나온 109
민체, 그냥 다른 111
저다운 114
글꼴로 가두지 못하는, 글씨 116
문을 열고 나가면 117
말하려는 것 118
모래에 쓴 글씨, 힘을 뺀 힘으로 쓴 121
농현과 발묵 123
붓은 언어가 되어 125
이 세상 모든 글씨 127
붓의 길 128
맺는 글 130
덤, 뒤풀이 일곱 수다
한글서예를 두고 ‘컨템퍼러리’라는, 133
한글 서예 에세이 “먹만 남다”
저자에 관하여: 싱어송라이터에서 한글서예로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홍순관은 현대무용 무대미술, 행위예술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그러던 그는 돌연 기타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이고 노래와 반주까지 도맡아 말 그대로 현대의 음유시인이 되었다. 일본군성노예문제를 알리기 위한 공연이 10년, 평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공연이 10년, 결식 학생을 돕기 위한 공연이 5년, 그 외에 통일, 환경, 디아스포라 등의 주제로 200회가 넘는 공연을 하며 무심한 세상의 고독한 나팔수를 자처했다. 그렇게 내놓은 정규음반이 10집에 이른다.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져 있는 홍순관의 이력은 대부분 동료 이웃을 위해 부른 노래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예술가를 자처하는 많은 이들이 세간의 인기와 금전적 이익을 쫓을 때, 그는 다만 자신이 불러야 할 노래만을 부르고 자신의 만들어야 할 작품만을 만들며 35년의 세월을 묵묵히 걸어온 것이다. 그렇게 음악과 미술과 문학을 아우르며 여러 무대를 넘나든 그의 이력은 모든 예술이 사실 하나이며 각 장르의 표현 방식이란 수단에 불과하고 예술가가 나타내려는 것은 오직 작가의 정신이라는 진실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서예를 통해서 그동안 감춰두었던 그만의 세계를 세상에 내놓는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한글서예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 기나긴 수련과 노고로 빚어낸 한글서예의 정신과 생명을, 이제 한 편의 에세이로 펼쳐 놓는다.
고요한 마음과 뭉근한 열기
홍순관의 한글서예 에세이 『먹만 남다』는 독특한 울림을 가진다. 낭송하고픈 마음을 불러내는 문장들의 음조는 고요하고 그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마치 먹을 가는 것처럼, 글씨를 쓰는 것처럼 홍순관의 글은 내용만이 아니라 상황이며 분위기까지 통으로 옮겨 놓는다. 글이 정갈하다는 것은 불필요한 미사여구가 없이 맑다는 것이요, 쉬이 흐르기보다 머물러 있는 듯한 정적인 느낌은 느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