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세대 미술사학자이자 한국회화사 1호 연구자, 안휘준. 청년 시절 그는 식민사관 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한국회화사를 첫 장부터 다시 쓰고자 했다. 1988년 간행된 《한국회화의 전통》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한국회화사 개설서이다. 안휘준은 야나기 무네요시 류의 감상적인 한국미론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실제 작품에 근거하여 한국회화사를 시대, 지역, 장르에 따라 실증적으로 탐구해나간다. 이로써 한국미술 전체에 패배주의적 민족성을 덧씌우려는 식민사관이나 한국미술의 역사를 고정불변의 실체로 잡아두려는 단편적인 시선 모두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 그림의 전통》은 바로 그 《한국회화의 전통》을 2012년 현재에 맞춰 새롭게 손질한 책이다. 회화작품을 한 ‘시대’가 담긴 ‘사료’로 바라보고 역사에서 찾아낸 것을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학문적 태도는 여전하다. 이에 더해 개정신판에서는 최신 연구성과를 적극 반영하고 도판과 참고문헌을 엄선하여, 새로운 세대의 한국회화사 입문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하였다.
한국미술사의 어제와 오늘, 안휘준
한국에서 미술사, 특히 한국미술사의 역사는 길게 잡아도 백 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가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미술사라는 낯선 학문을 안착시키고, 근대 서구 회화에 길들여진 우리의 눈을 근대 이전의 회화에까지 확장시켜, 한국미술을 눈여겨볼 만한 대상으로 만들었던 여러 학자들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중적 관심이 과연 생겨날 수 있었을까?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아 단박에 인정받기 어렵지만,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자료와 그림과 문헌 속에서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온 이가 있다. 한국미술사를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안휘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한국미술사 베스트셀러들도 그가 닦아놓은 기초에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