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뇌게 하는 어느 산골 소년의 이야기
요즘의 아이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유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추수가 끝난 넓은 밭에서 뛰노는 대신 PC방 같은 곳에 빼곡히 앉아 오락을 하고, 감자나 고구마를 간식으로 삼는 대신 슈퍼에 가득한 과자류를 먹는다. 이러한 아이들의 일상을 비집고 향토적인 옛날의 유년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책이 있다. 소설 『청호반새』는 산골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그 옛날 시골에서 겪을 법한 풋풋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소설가 이문일의 고향은 춘천의 실레마을로, 일찍이 『봄봄』 같은 향토적 색체로 유명한 작품을 남긴 김유정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김유정 이후 실레마을에서는 몇 십 년 만에 나타난 작가가 이문일이다. 김유정이 자신의 마을을 배경으로 자연 속에서의 서정적 정취를 그려냈듯이 이문일 역시 김유정의 문체를 이어받아 자신의 마을 속에서의 소년의 성장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소년은 산속에서 나물을 직접 뜯고, 뱀과 말벌을 무기로 삼고, 밭을 매며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일찍이 체득한 인물이다. 이렇게 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소년의 마을에 서울에서 살던 소녀 순아가 찾아오며 이변이 일어난다. 언제나 자신을 괴롭히며 졸졸 쫓아다니는 순아를 산골 소년은 귀찮아하면서도 그의 순수함으로 인해 심하게 떼어놓지도 못한다. 이러한 서울에서 온 소녀라는 것을 상정해 놓은 모습은 먼 옛날의 시골이 아니라 서울, 현재의 도시와 함께 어딘가에 있을 듯한 시골의 느낌을 준다. 이러한 느낌은 마을을 떠나 도시로 떠났던 박수무당의 딸 현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시금 시골로 돌아온 현자는 예전의 시골 소녀가 아니었다. 도시로 인해 타락했으면서도 이제는 도시에서밖에 살 수 없게 된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현자는 자신을 찾아온 깡패들과 함께 도시로 다시 떠나게 된다.
소설은 호젓한 산골의 풍경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잡아낸다. 가장 뚜렷이 보이는 성장은 산골 소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