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런던, 비엔나, 도쿄, 등의 도시와 미술관을 산책하며 집필한 문학예술기행.
머리말
이 책은 내가 2023년 7월부터 2024년 7월에 걸쳐 집필한 기행문 비슷한 에세이들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시나 소설을 습작하던 젊은 시절 이후 그 동안 한국 근대문학에 대한 연구 논문을 주로 발표해 왔던 나로서는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그런데 내가 이 텍스트들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환갑이 막 지난 2022년 5월, 내가 상당히 진전된 폐암 판정을 받은 일이다. 아니, 그보다는 치료를 위해 학교를 사직했으며, 몸이 조금씩 회복됨과 더불어 2023년 3월부터 몇몇 외국 도시들에 간 일,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보호자가 되어 계속 병원에 따라다니는 데에 머물지 않고 게으른 나로 하여금 집에서 푹 쉬게 하는 대신 미술관 관람을 중심으로 여행을 주도하고는 그 감상문 쓰기를 권유했던 아내의 독특한 폐암 환자 간호법, 바로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기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의 제목을 ‘오월의 장미’라고 붙인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단지 서울, 도쿄, 런던, 파리, 비엔나, 뮌헨 등의 가깝거나 먼 공간들뿐 아니라, 내 지나온 삶의 몇몇 시간들, 더 나아가 여러 예술 및 문학이 서로 손짓하고 반향, 교차하는 그 어떤 광장들, 조심스레 걸을 수는 있을지언정 쉽사리 측량할 수 없는 길모퉁이들과 골목길들을 기웃거리고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철저히 기행문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어여쁜 누군가가 나의 이 여행지에 잠시 머물다가 지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 가족과 친구들, 선생님들과 학생들께 이 책을 바친다. 나를 위해 기도하고 진찰했으며 주사약을 만들었던 사람들, 수화기 너머의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암세포가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이 일종의 투병 보고서 첫 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른 종류의 글들도 쓰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