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아가고 싶은 울이
“나는 오빠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쌩쌩 부는 바람이 될 거야.”
이 년 전, 울이의 오빠는 가족을 떠났다. 나이가 한참 차이 나는 대학생이었던 오빠는 울이게도 한없이 다정했지만 이웃과 환경 문제에도 늘 앞장서서 행동하는, 세상을 비추는 ‘해님’처럼 따듯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오빠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다 세상을 떠나자, 울이는 마치 “우리 가족 드라마의 주인공이 죽은” 듯한 감정을 느낀다. 오빠를 기리고 칭찬하는 말들 뒤로 이어지는 울이를 향한 기대의 시선. 그러나 울이는 오빠가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오빠의 말은 틀렸다. 울이는 오빠와는 전혀 다른, 시즌 2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고자 마음먹는다. 그런데 할머니의 성화에 오빠의 천도제를 지내는 날, 제사상에 올려진 치킨 위로 웬 얼굴이 불쑥 솟아 올라와 냄새를 맡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더군다나 그 모습은 울이의 눈에만 보이는 듯하다. 저 녀석, 대체 정체가 뭘까?
◆ 이천 년 전, 우리 집에 살았던 불청객의 등장
“누나는 무슨. 나보다 이천 년이나 늦게 태어났으면서.”
특기는 집 안의 그릇 던져 부수기, 취미는 화장실에서든 방에서든 울이 몸 통과해 다니기. 엄마 귀고리를 몰래 한 것처럼 터무니없이 큰 금귀고리를 건 여덟 살짜리 백제 귀신 성이. 벌써 두 달째 울이의 집 불청객으로 머무르는 것도 모자라, 그곳이 아직도 자기 집인 양 사람들을 경계하고 사사건건 조상님 행세를 하려 든다. 자신이 깃든 물건이 무사히 발굴되어 박물관으로 가야지만 그곳에 있다는 길잡이를 만나 저승으로 떠날 수 있는 성이는 백제 시대 자신이 알고 있던 물건만 만질 수 있는 데다, 울이의 집 대문 너머로는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는 지박령 신세이다. 비 오는 날이면 자꾸 집을 찾아오는 듯한 오빠에 이어 성이까지…… 오빠와 정반대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성이는 자꾸만 울이에게 오빠와 닮은 행동을 하길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