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글자의 움직임과
또박또박 운율이 느껴지는 심부름 길
심부름 가는 길, 예상치 못한 소리가 불쑥 튀어나와 재료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아이를 방해합니다. 정말 소리가 들리는 듯 재미나게 표현된 타이포그래피는 심부름 길을 더욱 생동감 있게 그립니다. 특히, 흩어진 글자들로 가득 찬 장면은 마치 ‘파프리카’를 기억해 내려는 아이의 머릿속과 같습니다. 아이의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어느새 함께 귀를 막고 ‘파프리카, 파프리카’ 하고 중얼거리게 됩니다.
『심부름을 가요』는 소리 내어 읽을 때 즐거움이 배가 되는 책입니다. 또박또박한 리듬의 “심부름을 가요”엔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아이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말을 하는 아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임 맵을 떠오르게 하는 배경, 게임 캐릭터같이 깜찍한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시끄러운 거리, 다양한 재료가 즐비한 슈퍼에 그려진 자그마한 요소들을 살펴보는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칠 수 없습니다.
아직 서툴지만, 그래도 괜찮아!
누구든지 무언가를 자꾸 잊어버리거나 실수를 반복하면 짜증이 나곤 합니다.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부름을 가요』 속 아이는 계속 ‘파프리카’를 잊어버리면서도 주눅 들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 아빠에게 물어보고, 다시 시작합니다. 자전거 때문에 넘어져서 아프고, 장바구니에 담긴 동전이 와르르 쏟아져 속상할 텐데도 훌훌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심부름을 갑니다. 서툰 아이의 모습이 반짝 빛나 보이는 이유입니다.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겪고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만나기도 하는 심부름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여러 일들과 닮아 있는 듯합니다.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내고, 성공 혹은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험. 이를 통해 한 뼘 성장할 아이의 다음 심부름, 그다음 심부름이 기대됩니다.
* 인증유형 : 공급자 적합성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