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이야기’로 다가가 보는 가깝고도 먼 땅
프롤로그: 느슨하고 긴밀하게 엮인 나라들
1. 알마티 아바이 동상 아래서: 위대한 중앙아시아의 작가들
2. 비슈케크로 가는 멀고 메마른 길: 『백년보다 긴 하루』
3. 영웅과 음유시인들의 땅: 『마나스』와 『알파미시』
4. 전설이 된 탬벌레인 대왕: 아미르 티무르와 사마르칸트
5. 코칸트의 쓸쓸한 왕궁터에서: 그레이트 게임의 최종장
6. 소비에트의 냉혹한 실험: 〈스탈린을 위한 선물〉
7. 국경의 밤, 10시간의 기다림: 페르가나 지역의 분쟁
8. 부하라에서 만난 한 청년의 동상: 파이줄라 호자예프의 집
9. 산 자들을 위한 죽은 이의 공간: 수피즘과 낙슈반드 영묘
10. 히바에서 마주친 그림 한 장: 이슬람 르네상스의 과학 어벤져스
11. 비밀에 싸인 사막의 루브르: 누쿠스 사비츠키 미술관
12. 타슈켄트 초르수 시장에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
에필로그: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카라칼파크스탄,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기만 한 중앙아시아의 나라 이름이다. 페르시아어로 ‘~의 땅’이라는 뜻의 ‘스탄’, 저자는 망막한 이 땅을 직접 찾아간다. 보고 듣고 부딪히면서 알게 된 것들과 깨달은 것들을 기록하고 정리해 이야기와 함께 풀어놓는다. 카자흐스탄의 도시 알마티에서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 오시, 타지키스탄의 두샨베, 우즈베키스탄의 동쪽 코칸트와 타슈켄트로부터 사마르칸트를 지나 서쪽으로 부하라, 히바, 누쿠스까지,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에 놓인 광활한 사막과 고원을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택시에 모르는 사람과 짐에 끼여 달리고,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16시간 기차를 타고, 영문도 모른 채 국경 철조망 사이에 코를 박고 안달하며 10시간씩 발이 묶여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뺨을 때리는 매서운 모래바람과 성마른 산처럼 휩쓸고 지나간 역사적 고난과 소용돌이, 장대한 이곳을 호령한 영웅들과 위대한 작가들을 처음 알게 되면서, 문학과 연극을 전공하고 세계문학을 사랑하던 저자는 ‘각성’하고 ‘반성’하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선 이슬람 건축이 발하는 색과 아름다움에, 동서양 문화가 교차하는 위치에서 다민족, 다인종, 다문화를 바탕으로 유구한 세월 다채로운 예술을 꽃피운 그 문명에, 무엇보다 유럽 르네상스의 토대가 되는 학자와 과학자들의 업적에 새삼 놀라워한다.
‘뜨거운 호수’라는 뜻을 지닌 이식쿨 물빛처럼 시린, 소비에트 체제 아래 다양한 약자들의 삶과 그 연대를 이야기하고, 중앙아시아에 사는 한국인인 고려인들의 길고 슬픈 디아스포라 사를 전할 때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삭막한 사막과 같은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친절한 호의뿐”이라고. “우리의 지혜는 얼음처럼 차갑지만 뜨거운 심장은 언제나 그걸 녹여주었다” 하는 카자흐 대표 지성, 아바이 쿠난바이울리의 노래가 가슴에 여울진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니, 저자가 건네받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