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작고 상냥해요. 하지만 그걸 아무도 모르지요.”
작은 죽음은 마음이 아팠어요. 자기를 보면 다들 슬퍼하니까요.
눈물을 흘리고 벌벌 떨며 어떤 말도 하지 않지요.
어느 날 저녁, 죽음은 엘스와이즈를 찾아갔어요.
엘스와이즈는 환히 웃으며 외쳤어요.
“드디어 왔군요!”
펄럭이는 옷소매, 커다란 낫, 머리까지 뒤집어쓴 검은 옷……. 하지만 죽음은 상냥한 작은 아이이다. 작은 죽음은 조심조심 곧 세상을 떠날 사람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손을 내밀지만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떤다. 그 누구도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검은 백조 두 마리가 유유히 떠다니는 강, 나룻배가 소리 없이 죽은 이들의 왕국으로 미끄러지는 동안 온통 무거운 침묵과 슬픔만이 가득하다.
“늘 이렇다니까.” 작은 죽음 역시 가는 곳마다 마주하는 두려움, 슬픔, 탄식, 오한이 힘들고 슬프다. 추위를 좀 녹여 주려고 불을 피우면 죽은 이들은 더욱 기겁을 한다. 지옥에 온 줄 아는 거다! 일그러진 표정의 가면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 올빼미들…….
어느 날 저녁, 작은 죽음은 엘스와이즈를 찾아간다.
“드디어 왔군요!” 엘스와이즈는 환한 웃음으로 작은 죽음을 맞이한다. 떨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씩씩하게. 강을 건널 때도 궁전의 계단을 오를 때도 엘스와이즈의 손에는 늘 파란 나뭇가지(종려나무 가지로 추정되는가 들려 있다. 벽난로의 따스한 불꽃, 마침내 엘스와이즈는 병 때문에 잠시도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편안하게 웃음 짓는다. 더 이상 아픔은 없다!
엘스와이즈가 놀이를 가르쳐 주고 작은 죽음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데, 그렇게 활기찬 느낌은 처음이다. 작은 죽음과 엘스와이즈가 서로를 위로하며 공감하는 시간…… 불꽃은 더 크게 타오르고 가면들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짓고 올빼미도 노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엘스와이즈는 죽은 이들의 왕국에 머물 수 없다. 또 다른 삶을 향해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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