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프롤로그
# 제롬은 스물넷, 실비는 스물둘이었다.
# 카트르파주 가 7번
# 그들은 서로 쉽게 알아보았다.
# 그들은 다 같이 무프타르 가에서 장을 봤다.
# 무엇보다 영화가 있었다.
#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만족한 물고기처럼 보였다.
# 어떤 때는 자신들이 인생을 채 시작하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드루오와 갈리에라에서 열리는 경매에 자주 들렀다.
# 그들은 행복을 상상할 수 있다고 믿었다.
# 그들의 삶은 마치 고요한 권태처럼 아주 길어진 습관 같았다.
# 그들은 파리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에필로그
-조르주 페렉
-《사물들》
-주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천재 작가 조르주 페렉을 따라 걷는 파리, 프렌치 시크의 세계로:
‘드디어! Enfin!’
우리가 마음속에 막연히 그리던 책이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파리를 오래 거닐고, 텍스트 사이에 길게 머물던 비교문학자의 진지하고 아름다운 책이 기대되는 이유다. 파리의 어느 카페 테라스에서 멋지게만 들리던 알 수 없는 프랑스어가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려 주는 책이다. 그래, 책을 읽노라면 우리 역시 볕 좋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파리지앵들과 함께 있는 듯 행복한 착각에 빠진다.
내공 깊은 비교문학자가 동행자로 택한 페렉의 《사물들》 속 커플, 실비와 제롬은 훌륭한 안내자이다. 우리가 알고 싶은 ‘현지인’이 꾸는 꿈, 구석진 골목, 영화 얘기, 맛있는 것들, 루브르의 그림들… 그야말로 파리의 나날을 함께 하는 재미를 누리게 해준다. 지적이면서 우아하고, 섬세하면서 깊은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나 버린 얘기가 아쉽기만 하고 내내 생각난다.
출판서 서평
파리는 세상의 모든 도시 중의 하나가 아닐 것이다. 파리는 그곳에 무엇이 있든 그것을 더 아름답게 한다. 《파리를 쓰다, 페렉》은 이처럼 도시 덕분에 더 아름다워지는 책이 아니다. 반대로 독자에게 더욱 아름다운 파리를 그리고 그와 함께 더욱 풍요로워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 김명숙은, 소설가 조르주 페렉의 첫 소설 《사물들》(1965을 통해 독자에게 빛의 도시를 경험하게 한다. 파리를 소개하는 책은 많다. 어떤 책은 여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 어떤 책은 인문학적 지식을 전해준다. 《파리를 쓰다, 페렉》의 방식은 다르다. 독자에게 파리의 지도를 그려 주지도, 인문학적 지식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비교문학자는 특별한 공간이 주는 마법의 경험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는 ‘도시를 쓰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가로 페렉을 선택했다. 울리포(OuLiPo라는 유희적 실험 문학의 대표자로 알려진 페렉은 누구보다 새로운 구성과 형식을 고민한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