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_
1부 돌멩이가 살아났다
돌멩이가 살아났다 012 따라온 소리 014 봄날의 가로수 016
연못 공책 017 여름 숲 018 기차의 꿈 019
아빠가 다녀간 아침 020 그저 그런 날 022 할머니의 가을 024
하마터면 나도 026 지구별까지도 오는데 028
은설이의 사과나무 031 미루는 이유 032
2부 골목마다 사부랑삽작
눈부처 037 사부랑삽작 038 논 039 마실 040
시처럼 비가 내리는 날 042 봄 여름 가을 거울 043
숲이 고향 044 가을 하늘 045 꽃터 046
묻고 싶은 말 048 주남저수지의 여름 050 가을 052
3부 끄트머리엔 바다가 있겠다
바다가 있는 곳 056 멈춘 벽시계 057
할머니가 무서워하는 건 058 나 대신에 060 손가락 횃불 062
놀러온 고층 건물 064 편리하다 065 작은 고양이에게 066
타이어 목걸이를 한 바다악어 068 문이 열리고 070
깁스 푼 날 072 징검돌이 된 사람들 073 끝없는 잔치 074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076
4부 밑줄 지우면 큰일 나
선반 080 가지 082 상추 캉캉 083 안개 084
매실 방울 085 바퀴 086 나비와 신발 088
고양이 세수 090 달에 간다 091 배추는 수다쟁이 092
도망가는 스투키 094 용기도 보여요 096 선물 098
해설_이 모든 시선은 사랑하는것들을 떠받치기 위해 반듯하게 그어놓은 밑줄_김준현 시인·문학평론가
마주 본다는 건 서로를 담는다는 것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던 까만 기차, 머리칼이 쭈뼛해지는 엄청난 소리와 땅으로 전해지던 진동, 그리고 저 멀리까지 이어지던 오래토록 비었던 철길이 생각납니다. 그땐 시시한 하루하루였습니다. 농사일 돕고 학교 다니고 매일이 비슷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저 멀리 이웃마을 모퉁이를 돌아 달려오던 기차처럼 모든 것들이 저를 가슴 뛰게 만듭니다. 보리밭 위를 달리던 바람, 여름과 겨울, 우리들의 놀이터였던 냇가, 장독대 아래 채송화, 타작하는 날 짚단 나르며 맡았던 가을 냄새도요. 동시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마터면 이토록 고맙고 신기한 것들을 놓칠 뻔 했으니까요.
-「시인의 말」 부분
「선반」은 동시집의 제목인 ‘밑줄 지우면 큰일 나’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빵집의 선반=밑줄이라는 이 은유는 중요한 문장이나 단어 밑에 밑줄을 치는 일반적인 서술 행위로 연결된다. 그런데 빵집에 있는 빵 중 중요하지 않은 빵은 없다. 이를테면“밤식빵”은 맛있고“곡물식빵”은 별로고, 하는 식의 차등을 두지 않고, 나열된 모든 빵, 케이크, 잼 밑에 모두 밑줄이 똑바로 그어져 있다. 이“밑줄”은 도중에 끊을 수도 없고 선택적으로 일부만 그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끈끈한 연대의식의 한 발현에 가까워보인다. 지금까지 읽어본 이 책의 동시를 떠올려보면 이 밑줄이 시인의 올곧은 시선을 닮았고 모든 대상을 떠받치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닮았다. 그 마음이 「눈부처」에서 “마주 본다는 건/ 서로를 담는다는 것// 자꾸 담고 담다가 마침내 닮는 것”이라는 말에 내가 그어놓고 싶은 밑줄일지도 모르겠다. 황남선 동시가 품고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온도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대상에 밑줄을 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해설 「이 모든 시선은 사랑하는것들을 떠받치기 위해 반듯하게 그어놓은 밑줄」 부분
시인의 말
저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삼천포로 가는 기차가 저희 마을을 아래뜸, 위뜸으로 나누었다는 정도를 특별한 점으로 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