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차례 6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8
감사의 글 11
서론 : 객체들의 세계 13
1편 운동적 객체
1장 물질의 흐름 42
2장 수의 주름 54
3장 지식의 장 76
2편 객체들의 역사
1부 서수적 객체 102
4장 구심적 객체 103
5장 선사 객체 117
2부 기수적 객체 138
6장 원심적 객체 139
7장 고대 객체 I 155
8장 고대 객체 II 177
3부 강도적 객체 200
9장 장력적 객체 201
10장 중세 객체 I 213
11장 중세 객체 II 238
4부 잠재적 객체 262
12장 탄성적 객체 263
13장 근대 객체 I 274
14장 근대 객체 II 298
3편 현대 객체
5부 고리 객체 322
15장 방행적 객체 323
16장 현대 객체 I : 양자론 333
17장 현대 객체 II : 범주론 361
18장 현대 객체 III : 혼돈 이론 386
결론 419
참고문헌 424
인명 찾아보기 436
용어 찾아보기 439
신유물론 : 위계적이고 인간중심주의적인 서양 근대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기후위기, 생태위기, 경제위기, 정치위기, 사회위기 등 다양한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 우리의 시대는 ‘탄소자본주의’에 역사적 기반을 둔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극심한 기후변화로 특징지어지는 시대, 이른바 ‘인류세’ 시대로 일컬어진다. 현재의 국면에서 이 시대는 인간 문명의 종말과 생물의 대멸종으로 귀결될 소지가 다분하다. ‘인간의 시대’를 지칭하는 인류세라는 용어는 인간을 중대한 지질학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실제로 드러나는 현실은 비인간 자연이 독자적인 역능과 행위성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이런 현대적 위기들의 근원이 위계적이고 인간중심주의적인 이원론에 기반을 둔 서양 근대성에 자리하고 있다는 반성적 성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브뤼노 라투르가 강조한 대로, 서양 근대성은 인간 정신과 비인간 물질, 인간 문화와 비인간 자연, 또는 인간 주체와 비인간 객체 사이, 즉 통칭하여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구분이라는 이분법적 구상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게다가 서양 근대성은 비인간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전제함으로써 ‘비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위계적이고 인간중심주의적인 심성 구조와 태도를 낳게 되었다. 우리 인간이 세계를 단지 ‘우리에-대한-세계’로서만 파악함으로써 비인간들의 존재 자체를 도외시하게 된 이런 경향은 데카르트 이래로 칸트를 거쳐 20세기의 문화적 비판 이론에 이르기까지 지속하는 인간중심주의적인 ‘인식론적 헤게모니’를 뒷받침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현대 사회들이 직면하는 중요한 위기들에 대처하지 못하는 사상적·정치적·사회적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역사적·이론적 이중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즉 비-인간중심적인 비근대적 구상을 정립하기 위해 최근에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위계를 제거하고 비인간 존재자들의 ‘물질성’과 그 ‘행위성’을 부각하는 철학적 운동이 ‘신유물론’이라는 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