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과시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가부장권에 대한 도전
“사람들은 누구나 하늘이 내려준 내 복으로 사는가?”
한사코“내 복으로 산다.”고 말해 아버지로부터 미움을 받고 쫓겨난 막내딸이 가난한 숯구이 총각을 만나 숯가마를 쌓은 돌이 모두 황금덩어리인 것을 알고 그것을 팔아서 부자가 되고 나중에는 가산을 탕진하고 비렁뱅이가 된 아버지를 모셔다가 옛날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며 잘살게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우리 민간에 전해져 내려오는 대표적인 설화이다.
이 설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 한국사회의 자기 과시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가부장권에 도전하는 여성의 보상심리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러하기에 아버지가“너는 누구 복에 사느냐?”고 거듭하여 물었을 때 한결같이“내 복으로 산다.”고 꿋꿋하게 답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여성은 자기줏대가 세고 능동적이며 성격이 활달하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여성은 자기의 신분보다 낮은 남성을 만나 그의 잠재된 능력을 일깨워 부자로 만들거나 신분을 상승시키고 출세를 시키는데, ≪삼국사기≫ <온달전>에 나오는 평강공주와 ≪삼국유사≫ <무왕>조에 등장하는 선화공주와 같은 역사적 인물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내 복에 산다.’는 설화도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집에서 쫓겨난 막내딸이 착하고 순진한 숯구이 총각의 일터에서 황금덩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시장에 내다가 팔아오도록 권유하고 그와의 결혼도 주체적인 입장에 거행한다. 하지만 숯구이 총각은 뜻밖에 만난 여성과 결혼하고 부자가 되지만 그 자신은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인물일 뿐이다.
반면에 막내딸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훤히 내다보고 몰락할 친정아버지를 모실 장소로 옛날 소녀시절에 자주 오르내리던 남산 중턱에‘기쁨의 집’이라는 요양시설을 미리 마련해두는 등 만반의 방책을 세워두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막내딸이 생각한 복이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