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말
헌법학자로서 교재를 집필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험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지식의 생산을 의미하는 논문과 연구서 집필에 집중해야 할 학자로서, 기껏해야 기성지식의 정리에 불과한 교재집필에 몰두하고 종속되는 모습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쩌랴! 지식의 전달자라는 역할이 교수라는 직업의 또 다른 일면인 이상, 강의부담을 줄여 연구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교재의 집필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책은 직업인으로서 내게 부과된 강의의무의 이행을 위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최소한의 내용을 가급적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집필된 것이다.
이 책은 헌법을 공부하는 학부·로스쿨의 학생이나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으로 하여금, ① 핵심적인 개념과 기본적인 이론 및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익히고, 이를 토대로 ② 헌법재판소 결정을 중심으로 한 선례의 동향을 충실히 학습하고, 나아가 ③ 논란되는 쟁점과 제기될 법한 가상의 사례에도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각 장의 I. II. III.으로 나뉜 각 절에서 위 ①②③의 내용을 각각 담았다. 즉, 각 장의 I.절은 기본적인 개념·이론과 배경지식을 서술한 부분이고, II.절은 선례의 흐름을 요약한 이 책의 핵심 부분이며, III.절은 특수한 논쟁점과 가상의 사례를 소개한 부분이다. 독자들은 각 장 I.절과 II.절의 원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각 장 III.절의 쟁점과 사례를 연습하게 될 것이다.
모름지기 헌법재판제도를 30년이나 충실히 운용한 나라라면, 그 30년 동안 쌓인 이야기의 줄거리를 정확히 전달해주는 것이 헌법강의의 1차적인 내용이 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무관한 현란한 외국이론이나 비교헌법·헌법사의 지식이란 고급한 연구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기본학습의 대상일 수는 없다. 수시로 그 내용이 바뀌는 헌법분야 부속법령들도 실무가의 관심 대상일 수는 있어도 헌법교재에 반드시 포함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