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수많은 생명을 낳고 키우는 자궁과 같다.
사람들은 이 바다에 드나들면서 삶을 영위해왔고, 바다를 통해 다른 세상을 오가며 교류를 해왔다. 이런 점에서 바다는 삶의 원천이며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바다는 끝없이 광활하고 풍요롭지만 변화무쌍하고 불안정한 곳이다. 풍어와 환희만이 아니라 불가항력의 재난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부와 항해자들은 바다의 안정된 상태와 불안정한 상태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그것에 적응하는 기술과 경험을 지식화해서 전승해왔다. 도서해안지역의 문화적 전통 속에 해양생태에 대한 섬세한 인지체계와 경험적·토착적 지식이 풍부하고 의례 형태가 다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당제(굿·풍어굿·갯제 등의 공동체 신앙뿐만 아니라 뱃서낭·뱃고사·유왕제·어장고사와 같은 가정(개인 단위의 의례들이 다양하게 전승되는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은 신앙 형태는 바다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이 바다를 관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개발해온 종교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