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을 따라온 착취의 새 얼굴
보육 홈에서 자란 유리는 스마트 농장에서 직업 실습을 하고 있다. 위법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사회봉사를 하러 오는 이곳에서, 유리는 밤낮이 바뀐 채 로봇의 지시를 받으며 날카로운 수확용 기계들 사이에서 일한다. 그런데도 유리는 사람들과 웬만해선 마주칠 일 없는 이 생활에 만족한다. 기계와 달리 사람들은 10년간 발진을 앓아 온통 붉고 우둘투둘한 유리의 피부에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리에게 ‘싱크 데이트’는 이런 현실을 잊게 하는 유일한 낙이다.
보육 홈을 졸업하면서 유리는 보육 홈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스마트 고글을 선물로 받았다. 싱크 데이트에 꼭 필요한 이 스마트 고글은 사용자의 신체 정보를 스캔하고, 부작용으로 유리의 피부에 발진을 남겼다. 그 결과로 유리는 더 구석진 곳으로 숨게 되고, 그럴수록 가상 현실인 싱크 데이트에 매달리게 된다. 악순환의 굴레에 완전히 녹아든 것이다.
한편 유리의 최애 아이돌 노아는 1년째 활동을 멈춘 상태다. 그러자 사망설과 조작된 영상이 나돌며 대중의 의혹과 추측이 노아를 따라붙어 끈질기게 괴롭힌다. 팬클럽에 노아의 해명이 올라오지만, 그마저도 소속사가 조작한 영상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에게 노아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중은 그를 열렬히 소비하고 기업은 열심히 관리했을 뿐이다. 한 인격체로서의 노아는 잊혀 가고, 대신 노아의 소속사는 감정에 취약한 인간 대신 노아의 이미지와 인격을 활용해 인공 지능 아이돌을 만들기로 한다. 그렇게 노아는 끝까지, 남김없이 상품화된다.
보호자 없이 자란 유리와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노아는 쉽게 어른들에게 이용당한다. 모르는 사이에 은밀히 청소년을 노리는 인권 유린은 있어 왔지만, 『싱크 데이트』가 보여 주는 착취는 우리가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그 대상이 청소년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이를 경계하고 윤리적으로 고민해 보게 한다.
소외된 마음들이 일으킨 작은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