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많은 장소가 새롭게 열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몸과 사물들이 다양한 공간 속에 나란히 병존하는 체험을 한다. 도대체 공간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간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공간의 개념사를 추적한다. 다섯 명의 저자들은 철학사의 다양한 공간 개념을 하나의 논의로 모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1장은 공간을 둘러싼 철학적 논쟁을 종합하고 소개한다. 공간은 고정되어 변화의 여지가 없는 대상으로 평가절하 되어왔다는 것이 필자의 주된 문제의식이다. 공간에 대한 개념적 고민을 되짚어봄으로써 우리의 삶을 가로지는 공간성을 이해하고, 우리가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성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장에서는 헤시오도스의 ‘카오스’, 플라톤의 ‘코라’,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포스’, 스토아학파의 ‘케논’ 개념을 다룬다. 저자는 서양 고대철학자들이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발전시킨 것은 분명하나 공간의 3차원적인 성격을 논의하지 않은 것은 한계라고 지적한다. 헤시오도스가 공간을 신화적으로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공간을 냉철하게 묘사했다면, 플라톤은 공간을 상상적이면서도 냉철하게 개념화했다는 분석은 매우 흥미롭다.
3장은 뉴턴의 ‘절대공간’, 라이프니츠의 ‘상대공간’, 데카르트의 ‘연장공간’, 칸트의 ‘선험공간’을 차례로 설명한다. 근대철학은 자연 공간의 개념적 토대를 마련했고, 공간과 인간의 상호성을 중시했다. 이제 공간은 인간 정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4장과 5장은 아인슈타인과 화이트헤드의 공간 철학을 별도로 분석한다. 근대철학자들은 뉴턴의 시공간 개념을 옹호하거나 거부하는 관점에서 논의를 발전시켜왔으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아인슈타인은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을 설정하기보다는 물질의 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시공간의 유기적 관계에 주목했다. 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