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이 몸으로
그래, 난 로봇인걸
달램을 받아야 할 사람은
이 정도면 폐차 수준
우리 스스로 자랄 수는
나는 너한테, 너는 나한테
우리 왜 이렇게 된 걸까
껍데기를 버리고 영혼 대 영혼으로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
예전의 너라면
너도 병신이다
그게 바로 나야
소녀들이 내 안에서
터치패드에 다다랐음을
몇 번 더 부서져도
작가의 말
“역시, 껍데기가 바뀌면 알맹이도 변하는 거야.”
몸을 바꾸는 상상을 한 번씩은 해 보았을 것이다. 몸 자체를 다른 사람과 맞바꾸거나, 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능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서, 혹은 불편한 점이 있어서 특정 부위를 교체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최다미』는 그 상상을 이야기로 실현시켜 본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뇌와 로봇을 무선으로 연결해서 자기 몸으로 삼기도 하고, 자기 몸으로 삼은 로봇을 다른 사람과 맞바꿔 사용하기도 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소설은 다른 시대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다미와 은결이에게 이입해 ‘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대체 신체가 상용화된 현실은 어떤 모습일지 철학적·사회적 상상력을 펼쳐 보자.
새로운 몸을 갖게 된 다미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엄마와 단짝 친구 현지까지도 가끔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 같다. 자신이 예전의 최다미가 맞는지, 다미는 혼란스럽다. “왜 이럴까? 모든 게 그대로인데. 몸만 바뀌었을 뿐인데. 아냐, 인생 전체가 바뀌어 버린 거야.” 다미에게 남은, 원래 가지고 태어난 거라곤 뇌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이루는 건 뇌가 전부인 걸까? 그러면 몸은 무엇일까? 은결이의 남성형 의체에 들어가 있는 동안 다미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책은 몸과 자아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학교 수영부 에이스였던 다미는 의체가 저가의 보급형이라 더 이상 물에 들어갈 수 없어 수영을 포기해야 한다. 자연 인체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로 수영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선수 등록이 안 되고, 체육 성적은 ‘A’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수영부의 은결이는 경우가 다르다. 부유한 가정의 은결이는 유전자 맞춤형 고급 의체를 사용해 수영도 계속할 수 있고, 의체가 원래 몸과 거의 똑같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체육 성적에도 제약이 없다. 이 상황을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통해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