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7
1부. 인권의 철학과 정치적 주체화
1장.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정치적 주체화와 인권선언 19
2장. 인권의 인간학: 상호 주체적 권리인가, 관개체적 권리인가 55
3장. 인민이 인민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 작은 포퓰리즘들의 각축을 넘어서 교통의 민주화로 117
2부. 안전의 변증법
4장.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사건화와 주체화의 장치 153
5장. 안전할 권리, 국가의 관점에서 시민의 관점으로 185
6장. 재난의 감각학: 사회적 참사의 문화정치학 215
3부. 장애 인권 운동과 공동의 역량
7장.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 장애 여성운동, 교차하는 억압에 저항하는 횡단의 정치 245
8장. 감금의 질서, 수용 시설의 권력 기술: 생명 정치와 죽음 정치, 그리고 형제복지원 281
9장. 사회적 배제와 장애화 그리고 장애 정치의 역량 315
참고문헌 347
찾아보기 353
1.
인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들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오늘날 인권이라는 말을 손쉽게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나 집단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보장되는 일정한 권리들로부터 혜택을 누리고 있고,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권리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흔히 인권은 정치적이어서는 안 되며,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도덕규범과 같은 당위적 개념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천부인권’이라는 표현에 바로 이런 의미가 각인되어 있다. 하늘로부터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부여된 권리라는 생각 말이다. 과연 그런가?
이 책은 이 같은 입장에 대한 논박으로 시작한다.
“인권을 정치화하지 말라! 인권에 대한 무수히 많은 말들 가운데 나는 저 말을 가장 싫어한다.”
인권을 초역사적인 도덕규범으로 만들려는 시도 속에는 인권을 사회적 관계와 역사성으로부터 추상화된 것으로 파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는 갈등과 충돌, 적대와 투쟁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적 삶의 실재적 조건을 은폐하는 것이자, 인권의 내용과 담론들을 현재의 틀 속에 가두어 고착화하려는 시도와 다름없다. 인권을 이렇게 현재에 고착된 것으로 파악할 경우, 우리는 인권이 역사적으로 갈등과 충돌, 적대와 투쟁 속에서 풍부해지고, 날카롭게 벼려져 온 개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다시 인권이 역사적으로 변화해 온 개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함과 동시에, 여전히 인권 담론 속에 배제되어 있는 수많은 이들을 사고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2.
인권의 역사성과 갈등적 성격을 파악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매우 난처하면서도,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예컨대, 최근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현직 대통령의 구속에 반대하며, 법원에 난입한 이들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저항권과 시민불복종권을 참칭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이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