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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임재의 무게 : 묵상시집
저자 김효준
출판사 동연재
출판일 2025-01-07
정가 20,000원
ISBN 9791197381928
수량
들어섬 9

연푸른 상념의 서
용서하고 잊는다는 것 15
불모성의 탈색 22
페르소나 26
소통의 골목길 29
문득, 창밖을 보다가 33
구석진 라디오 35
난다는 일상 38
주제넘은 나무 41
투박한 경계 44
내밀한 소리 47
기억의 편린 50
사마리아인의 저편 54
완전한 결별 57
바로 오.늘. 59
방황하는 유대인 62

가없는 흐름의 서
코로나의 창 69
핀란디아 숲 77
봄날이라 81
영그는 녹음 83
불협화음의 절정 86
가을의 문턱 넘는다 89
계수된 날 92
눈발 흩날리던 날에 96
시린 손등 너머 101
새순 돋다 103
은밀한 사유의 시간 106
또 다른 평정 108
겨자씨만 한 소망 110

선선한 여정의 서
아쿠아 알타 117
승부역 가는 길 120
시골 책방 126
동.주. 130
카를교 위에서 132
비천을 담아내다 136
알라스칸 말라뮤트 140
굴 껍질을 까다 144
달방 마을 맏물 147
용눈이 오름에 오르다 150
그래, 브루크너 154

흐릿한 추억의 서
썰매 163
갯내음 166
메쭈 169
달뜬 밤바다 173
기름 부음 받은 자 176

시절 단상
홀로 여행 181
어느 작가 184
뜻밖의 상실 187
중간자 189
사무치도록 깨달은 자 191
돼지감자 차 193
여느 겨울날 196
현악사중주 좋아하세요? 200

맺음 205
책 속에서

호젓함과 외로움이라는
두 갈래 길에서
늘 망설이게 하는 것은
‘홀로 여행’이 주는 재미이기도 하다.

북적북적한 일상에서의 탈출,
그것이 여행의 주된 목적이라면
이러한 일탈이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런 만족감조차도,
겨우 길모퉁이 하나만을 돌았을 뿐인데,
급격히 고독감에 몸서리쳐지게 하는 변덕에,
쫓기듯 사라져버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발걸음을 계속하게 되면
나를 옥죄던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을 느끼며
터질듯한 자유로움에
금세
가슴 벅차 소리까지 지르게 되는 것이다.

주변의 사물이며, 스쳐 가는 사람들,
미시적이든, 거대한 것이든 간에,
시야에 차오는 것들이
마치 자신은 그들과 다른 초월적 존재임을 스스로 각인시켜 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듯 만나게 되는 풍광과 모습들에서,
단순히 던져보는 피상적인 시선에 덧붙여,
어느덧 대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일종의 투시력까지도 얻게 되었다고
자신에게 주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홀로 여행’은 거듭 매력적이지 않은지...
- ‘홀로 여행’ 중에서

부서져 내린 파편 조각들 헤아리며
불같이 분노했고 서늘하게 저주했다.
그래도
폐부 찢는 고통 준 이마저
용서하라는 말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망각의 심연 속 가두었다.
결코 수면 보지 못하게.
천연한 척 살아왔다.
나로 인해 그들 받았던
가늠할 수 없는 고통
애써 외면하면서.

산다는 것은
야누스적 강박으로
접점 없는 기만의 미궁 속 헤매며
버티는 것일까?
- ‘용서하고 잊는다는 것’ 중에서

이천 년 전
나라는 소멸되고, 세계 도처로 유랑민이 된 그들
여기저기 자리 잡아 연명했다.
존중은커녕, 멸시와 천대의 대상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몇십 년 전
체포되고, 집단 수용소에 감금되고, 학대와 굶주림 속에
가스실에서 처형되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몇십 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