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거리의 타이포그래피
경고, 낙서, 전단지
낯선 풍경
다방
미용실, 이용원
네온, 메탈
식당
소형간판
노래방, 주점
원초적 욕망
점집
형태, 상형
문자 중독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이 책의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은 주목받지 못한 것을 주목하면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또는 각각 그리고 다르게 걸음으로써 일상적인 간판들을 포착해보려 했다. 도시의 밝고 환한 중심가든, 외지고 좁은 뒷골목이든, 시골의 소규모 마을이든 매일같이 하는 흔한 행위를 탐사로 간주하고 집중했다. 익숙했던 것들이 낯선 면을 드러내고, 지겨웠던 것들이 신선하게 다가올 때까지 그 작업을 수없이 계속했다.
이 책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생존의 한 표현방식으로 본 간판의 맨얼굴을 기록하고자 한 [휴먼네트워크 공담론]의 결과물이다.(이 책에서는 간판의 크기와 형태라든지, 간판의 서체나 색상이라든지, 간판을 통해 비교해보는 문화라든지 하는 미학을 다루지 않는다. 풍토지리인류학적인 버네큘라 디자인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나열된’ 무수한 간판들을 집중하고 걸러내고 다시 주목하는 동안 간판의 민낯뿐만 아니라 간판기호 속에 숨은 의미와 간판 이면에 숨겨진 삶의 신호들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관심을 쏟을 만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관심 대상이 아니었던 까닭에 지나쳐버린 수없이 많은 것들 중에 하나를 살펴보는 일의 놀라움을 경험하고, 하나의 관심대상에서부터 확장되고 확대되는 사고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