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시공간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내가 잠든 사이에 방 안에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림책 『길로 길로 가다가』는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래동요를 텍스트로 책상 위에 또 다른 공간과 시간을 펼치면서 이야기를 구성한 것은 우리 그림책에서 전에 없던 새롭고 독특한 시도입니다. 밤 12시가 되자 책상 위에서 한바탕 즐거운 소동이 벌어졌다가 동이 틀 무렵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꿈꾸며 놀 수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 세계와 닮았습니다.
시각적으로 되살린 전래동요의 해학과 신명
전래동요 ‘길로 길로 가다가’는 전국에서 널리 불렸는데 이 그림책의 텍스트가 된 것은 황해도 해주에서 불리던 해학적 요소가 강한 놀이노래입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주운 돈으로 떡 두 개를 산 영감님은 혼자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개천으로 갑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물귀신이 나타나 빼앗아 먹으려 합니다. 외양간에 가니 송아지가, 안방에 가니 처자식이, 부엌에 가니 귀뚜라미까지 입맛을 다십니다. 뒤뜰에 가서 겨우 맘 놓고 보자기를 풀어 떡을 먹으려는 데 쥐 두 마리가 ‘날롬’ 빼앗아 먹고 맙니다. 주인공 영감님은 얌체 같아 얄밉기도 하지만 떡을 살까 엿을 살까 고민하는 표정이나 몰래 떡을 먹으려다가 들켜서 놀라는 모습 들을 보면 웃음이 터져 미워할 수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야암냠’ 하면서 떡을 향해 달려드는 물귀신이나 송아지의 모습 또한 흉내 내고 싶을 만큼 유쾌합니다. 여기에 더해 전래동요 운율에 따라 연출된 생동감 있는 화면은 신명이 절로 나게 합니다.
깎고 붙이고 칠하고… 이 년여에 걸친 작업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뿐 아니라 집, 나무, 꽃, 새 등 여러 소품들에도 작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주물과 나무, 석고, 금속, 옥(玉 등 다양한 재료로 깎고 붙이고 칠하기를 거듭한 이 년 넘게 걸린 작업의 결과입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위해 수없이 많은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