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무 아래에서 더는 갈 수 없는 혹은 길 이전의 길을 헤아립니다.
느림을, 멈춤을, 고요를.
어느날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내게 달려와 울고 있는 푸른 이야기들.
먼 곳에서 왔으므로
깊은 데서 왔으므로
멀어지고 있으므로
나는 사력을 다해 순간을 멈춰 세웁니다.
그리고
그 기억과 시간이 떠난 자리에 제 사진을 올려놓습니다.
다만, 내 사진과 글이
누군가 삶을 견디는데 작은 숨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2018년 10월 가을 어느날
강 미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