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무슨 말씀하시려는지 잘 압니다
건망증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아’가 붙는 한숨
식후 차 한 잔의 한숨
노인은 집의 수호신
노인력으로 가득 찬 구급차
깊이 생각해 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노인력 태동의 시기를 파헤치다
소련 붕괴와 취미의 관계
중고 카메라와 취미의 노동
아침 신문을 보며 생각했다
잠드는 힘을 파헤치다
도쿄돔의 공석
노인력은 물체에 작용한다
택시에 두고 내린 라이카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하룻밤 지난 정보는 미련 없이 버린다
1부를 마치며
2부
클리어 버튼이 있는 세상
넘어져도 그냥 일어나지 않는 힘
물리적으로 증명된 노인력
대포동 미사일과 혁명적 낙관주의
잠들어 버릴 테다
곤약 감자의 마을
시골의 힘을 분석하니
소토보의 외딴섬이 지닌 노인력
오용하는 노인력이라는 말
먹고 마시고 쓰는 날들의 기록
배수진의 눈에 둘러싸여
묫자리를 준비하다
파리 호텔에서 곯아떨어지다
우주의 곁길
들어가면서 점점 사라지는 욕조
마지막 소원
2부를 마치며
이 책을 마치며
글이 처음 실린 곳
역주
그거 좋네, 노인력.
건망증 이즈 뷰티풀.
1990년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도쿄신문》 문화란에 한 신조어에 관한 에세이를 기고했다. 그 에세이는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며 잡지 《지쿠마》 연재로 이어졌고, 1998년 9월 에세이를 엮은 단행본이 나오자 출판사에는 ‘지금까지 상상도 한 적 없는’ 문의가 쇄도했으며, 일본에서 매년 연말 꼽는 ‘신어·유행어 대상’ 최종 10개 후보에 오르며 그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 신조어는 예상하시다시피 이 책 『노인력』의 제목과 같다.
처음 ‘노인력’이라는 말을 발안한 것은 ‘노상관찰학회’의 건축가 후지모리 데루노부와 일러스트레이터 미나미 신보로, 이들의 발견에는 소재가 있다. 바로 아카세가와 겐페이 자체다. 후지모리 데루노부와 미나미 신보는 발견자,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발견(의 매개물인 셈이다. “소재인 내 안의 어떤 무언가에서 이 두 사람이 노인력을 발견했다.” 여기서 어떤 무언가는 우리가 흔히 노망, 망령, 치매 같은 말로 불러온 것이다. 두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내가 먼저 노망 노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호칭으로 불려도 별로 거부감은 없다.”라고 하지만, 정작 부르는 사람들은 마음에 걸리기 마련이다. 앞선 말들에는 노화의 성질을 비하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발견자 두 사람도 나이를 먹으며 차차 노화의 성질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름이나 용건, 약속 따위를 잊어버리는 게 일상이 되고 몸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겼다. 일본은 유교 국가가 아니지만 역시 윗사람을 노망 노인이라고 부르는 건 찜찜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찾아낸, 더 나은 표현이 ‘노인력’이다. “이렇게 해서 인류는 처음으로 노망을 하나의 능력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위험해도 노인력
오용해도 노인력
책에서 꼽는 노인력의 특징으로는 건망증뿐 아니라 한숨도 있다. 어딘가에 앉을 때 “아고고고, 읏샤.” 하며, 앉고 나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