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___ 6쪽
숫자 ’0’은 값이 없는 수로 ‘영(零’ 또는 ‘공(空’이다. 낮거나 높거나, 적거나 많거나, 없거나 있거나, 춥거나 덥거나 하는 음(陰과 양(陽의 기준이 되는 점이다. 이 점에서 우리 삶은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___ 7-8쪽
『천천히』 엮으며 고하다
평소 보안 스님은 말과 글로 우리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데 열심이다. 하루에 한 편씩 짧은 ‘읽을거리’를 써서 온라인으로 전하는 일을 수 년째 해 오고 있다. 이 ‘읽을거리’는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도 명상과 참선과 사색 등을 통해 평화를 얻게 하고 깨달음과 소통하게 한다.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는 일이고,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일이다. 소통이야말로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 이 소통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말이고 글이고 문자다. 그 중에서도 문자는 뜻을 알고 익혀야 쓸 수 있어서 진지하게 대면할 필요가 있다. 문자 중에서도 한자는 뜻을 나타내는 문자로 상형 문자, 회의 문자가 발달한 것이다. 글자마다 뜻을 가졌고 그러한 사연도 가져서 실로 이야기 보따리라 할 만하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사용하는데 서로 음은 달라도 뜻은 통한다. 한자는 오만 자 정도가 있으나 주로 쓰는 글자는 오천 자 정도다. 『천자문』은 중복되지 않게 천 자를 추려 엮은 것으로 예부터 공부의 시작이었다. 네 글자씩 엮인 고시라 운율도 더해서 노래하며 배웠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이 정도까지는 누구라도 따라 읊었다. 하늘 천 따 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이렇게 장난스런 노래로도 따라 불렀다. 소리는 알아도 뜻을 알자면 천천히 그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문자는 심오한 세계를 담고 있어서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사뭇 흥미롭고 진지하다. 이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과 다르지 않아서 이것이야말로 마음 공부가 된다.
『천천히』는 『천자문』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 ‘보안 스님 천자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