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건축에 관한 철학(이데아, 사유, 이론’을 말하는 동시에 ‘철학(이데아, 사유, 이론의 건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건축을 철학하기/철학을 건축하기’, ‘구축을 사유하기/사유를 구축하기’, ‘짓기를 생각하기/생각을 짓기’라는 개념이 중첩되어 제목에 담겨 있는 셈이다.
건축사 서술의 방법론, 여기에는 공학의 관점에서 서술한 근대·현대건축의 역사가 제시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그 순서는 최근의 하이테크 건축물로부터 시간을 거슬러 모더니즘의 기원으로 향한다. 시간적으로 근접한 곳에서 출발해 그 켜를 하나씩 걷어내는 고고학적 발굴 방법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지금 여기(now here’에서 시작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역사 고찰의 필요성을 근거리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첫 두 장이 속하는 제1부는 “건축의 의미”가 어디에 근거하는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즉, 1장은 건축이 단지 “공학(engineering”일 뿐이라는 관점을, 2장은 건축을 “순수 예술(fine art”로 보는 관점을 취한다. 물론 두 가지 모두 극단적 관점으로서 저자는 건축이 그 둘 사이의 어딘가를 점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논지는 건축에 있어서 구조적 안정성과 공간의 실용성을 넘어서는 창조적 개인의 예술적 표현을 부각시키는데, 여기에서 의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가 제2부의 주제로서, 세 가지 “해석의 모델”이 제시된다. 3장의 “현상학”, 4장의 “구조주의와 기호학”, 그리고 5장의 “마르크스주의”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