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에 있는 사슴 모양의 섬, 소록도는 봄이면 영산홍으로 겨울이면 동백꽃으로 온 섬이 물들고, 썰물 때면 갯벌 가득 소라, 조개 등이 뒤덮여 바다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소록도의 이면에는 질곡의 20세기 한반도 역사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체의 심각한 변형으로 사회의 냉대와 차별을 받던 한센인들은 1916년 일본에 의해 소록도에 자혜병원이 세워진 이래 강제로 그곳에 격리되었습니다. 소록도는 한반도 내에서 유일하게 생체실험이 이루어진 곳으로 추정되며, 소록도 주민들은 일본강점기 병약한 몸으로 갖가지 억압과 학대를 받아왔고 때론 강압적인 공사 현장에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소록도 한센인들의 아픔은 해방을 맞이한 순간과 이후 한국의 현대사 과정에서도 수많은 가슴 아픈 역사를 써 내려와야 했습니다. 지금도 말없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단종대와 시체해부대, 작가 이청준에 의해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소설로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오마도 간척사업은 100년에 이르는 소록도 이야기의 한 자락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센인들은 소록도를 삶의 터전으로 귀하게 지켜왔고, 삶의
소소한 이야기와 때로는 종교적 신앙으로 신체적 삶이 주는 어려움을 극복해 왔습니다. 지난 100년간 소록도에도 사람이 살아왔습니다. 하모니카연주단과 손가락 없는 피아니스트 하인종 집사님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사회에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2016년은 한센인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소록도에 자혜의원이 개원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위안부 문제와는 달리 소록도의 아픈 역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소록도 100년의 역사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함께 끌어안아야 할 과제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위로와 소망을 안겨줄 소중한 자산입니다.
한국고등신학연구원(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