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으면서 가만히 숫자를 세는 일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이은용 작가는 다정하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우리가 만난 시간』과 『하라의 세계가 열리면』 등의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아동 청소년의 현실을 보듬어 온 그가 이번에는 다섯 가지 이야기에 용기를 눌러 담아 찾아왔다. 『그게 너라면』은 삶의 모서리에서 희망 한 줌을 붙잡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이은용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이다. 갑자기 찾아온 희귀병에 절망하지만 삶 곳곳에 숨은 사소한 행복을 찾아 나가려는 가을, 짝사랑하는 아이와 우연한 계기로 함께 동아리를 만들게 되는 민서, 어린 시절 꿈을 떠올리며 자신을 위한 삶을 계획하는 김샘,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려 병실에 누워 있는 형을 지키려 하는 연우, 이웃집 아이를 만난 것을 계기로 소방관을 꿈꾸었던 오랜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푸름까지. 잔뜩 웅크려 있던 이들이 용기를 내어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은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선물이 되레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짧은 문장 한 줄에도 마음을 기울였다. 이 책을 펼치는 동안 잠시나마 따뜻한 순간이 머물기 바라며.”_이은용(작가의 말
그늘진 삶에 밝은 빛이 비끼는 순간
각자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용기를 뻗는 이들의 이야기
어두운 그날은 결코 확실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이렇게 두근거리는 세상을 계속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일 년 전 오늘」
일 년 전 오늘, 예정대로라면 가을은 중3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고은정에게 달려가 고백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기념일이 될 수도 있었던 거다. 하지만 가을에게 찾아온 건 설레는 연애가 아닌,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이었다. ‘일 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가을은 불행이 내려앉은 뒤부터 작년과 오늘을 비교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절망에 갇혀 어둠이 아닌 곳에서조차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