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싶어!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며 죽음의 숲 케이브로 진격하는 쿤의 후계자 베아
비스족을 다스리는 ‘쿤’ 부르인은 피프족이 하늘에서 내려온 지도자 ‘탄’과 함께 죽음의 숲 케이브를 넘어 전설의 땅 사라아를 찾았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녀의 딸 베아는 아무도 가지 않은 케이브를 향한 궁금증을 풀고 쿤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숲에 가겠다고 자처한다. 쿤을 보필하는 장군 ‘솔’ 화이거는 베아를 지키기 위해 아들 타이를 숲으로 보낸다. 흉흉한 소문과는 달리, 숲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묘한 것들로 가득하다. 베아는 마늘꽃, 거대 백사, 움직이는 나무, 친절한 인어 님파, 말하는 흰 부리 새 등 다양한 생명체를 만나며, 타인이 아닌 자기를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이면서 서서히 달라진다. 사라아에 반드시 다다르겠다는 베아의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타이는 베아를 향해 끝내 칼끝을 겨눈다.
『베아』는 예기치 못한 생명체를 만나며 숲을 지나는 베아의 모험을 통해 후계자라는 삶과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목적성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담아낸다. 베아는 언제나 자신이 후계자로 지목된 이유를 궁금해했다. 부르인은 눈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하지만, 모호함 속에 담긴 의미를 찾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고 한계를 극복해 내며 발버둥 친다. 험난한 모험의 끝에 서고 나서야 베아는 불안이 자기를 성장케 했다는 걸 깨닫고,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결국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아낸다.
정말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 베아는 수없이 자문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얼마나 큰 오류를 범했는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뻥 뚫린 가슴 속으로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텅 빈 공간에 싸늘한 분노가 차올랐다. 혹여 이 모든 불행이 새로운 세상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여신들의 벌이자 저주라면, 절대 멈추지 않고 더 강하고 맹렬하게 그 벽에 온몸을 던질 거다._228쪽
비스족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