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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생명과 자유는 어떻게 서로를 반대하는가 : 임신중절의 윤리적 논쟁
저자 김상득
출판사 사회평론아카데미
출판일 2024-11-27
정가 23,000원
ISBN 979116707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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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임신중절, 왜 도덕 문제인가
윤리를 묻는 이유 | 임신중절이란 | 임신중절 물음의 특수성: 그 어디에도 없는 충돌 | 개인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 | 세 가지 입장

1장/ 자유주의 입장
권리 이론의 한계 | 태아의 도덕적 지위를 부정하는 워런 | 툴리의 주장은 유아 살해까지도 허용한다 | 임신중절, 무례하지만 부당하지 않다 | 도덕적 회의주의: 모든 입장은 그저 하나의 기호다

2장/ 보수주의 입장
자연법과 보수주의 | 미끄러운 언덕길 논증 | 수정은 도덕적으로 왜 중요한가 | 인간 생명의 시작에 관하여 | 출생의 의미

3장/ 도덕적 지위론
도덕적 지위란 무엇인가 | 도덕적 지위를 정하는 기준들 |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능력 | 유정적 존재의 경계

4장/ 죽음은 왜 악인가
에피쿠로스 논증 | 미래 가치 손실 논증 | 미래 가치는 누가, 더 지니는가 | 자아동일성과 죽음의 악

5장/ 자아동일성 입론
잠재성 논증 | 잠재적인 존재 | ‘될 잠재성’과 ‘산출할 잠재성’ | 단계 이론과 과정 이론 | 수정 논증과 분절 논증

6장/ 가치 논변
권리 논변 대 가치 논변 | 태아는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 | 가치 논변의 실천적 함의와 그 비판 | 이론적 한계 | 죽임과 죽음

7장/ 정당방위
이중효과 원리 | 정당방위 권리 | 누구의 생명을 구할 것인가 | 딜레마

8장/ 의학의 발달
생식보조 의술이 가져온 것 | 새롭게 논의되는 잠재성 논증 | 확률적 존재들 | 사후피임약의 윤리 | 성윤리 문란이냐 여성 해방이냐

9장/ 페미니즘
핵심은 생명이 아니라 성 | 도덕적 칭찬을 받겠지만 | 여성 해방과 미래지향적 책임 | 신체적 자율권 | 임신중절 권리와 양성평등

맺는말/ 사회적 임신중절
반성적 평형의 방법과 신보수주의 | 공공 정의에 관한 물음 | 또 하나의 성 불평등 그리고 사회적 임신중절 | 윤리의 상향평준화: 남성에게도 동등한 책임을

부록/ 임신중절과 법: 헌법재판소
수많은 윤리적 논쟁 중에 왜 임신중절인가?

생명과 자유는 모순될 수 없는, 모순되어선 안 되는 가치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임신중절은 바로 이 모순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이를 풀기 위해 모델로 삼을 만한 유사한 예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 물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유를 일정 부분 억압해야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임신중절의 논쟁은 그런 식으로 결론지을 수 없는데, 다른 어떠한 갈등과도 분명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 특성 때문이다. 우선 태아와 임부의 관계가 굉장히 독특하다. 임부와 태아의 관계는 비대칭적, 한마디로 기생적이다. 태아는 전혀 신체적 이득을 주지 않으면서 임부의 뱃속에 전적으로 기생한다. 인간사에서 어떤 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상당 기간 특정 누군가의 신체가 필요한 경우란 임신 말고는 없다.

다른 하나는 태아의 존재론적 특성이다. 윤리적 갈등 대부분은 인간과 인간 간의 갈등이다. 그러나 임부는 분명히 인간이지만, 태아는 그렇지 않다. 태아를 쉽게 ‘아기’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태아는 출생하여 살아가는 아기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그렇다고 태아를 아예 인간이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태아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궁 안에서 움직이는 몸뚱어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임신중절의 논쟁은 태아의 존재, 그리고 태아와 임부의 관계를 규정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이 책은 이를 정의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력해지는 자유주의자의 논리,
그러나 여전히 강고한 보수주의자의 논리

인간은 모두 태아였다. 그러나 ‘태아는 인간 생명이다’라고 하면 이것은 논쟁의 영역이 된다. 그렇다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제대로 존중받아 온 것도 아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 역시 어처구니 없게도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임신으로 인해 여자는 신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채로 생활할 뿐 아니라 많은 부작용을 겪는다. 밀려오는 역한 냄새와 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