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7
B 11
C 51
D 79
E 83
F 89
G 95
H 105
I 109
J 113
K 117
L 121
M 125
N 133
O 141
P 145
Q 153
R 157
S 161
T 189
U 215
W 223
복을 비는 마음 함돈균 17
과연 어떤 병의 짝이었던 걸까요? 임유영 37
여자는 자신을 벽에 걸어두고 유진목 49
누출과 침묵 황인찬 59
낙서 안희연 63
꽃은 꽃의 얼굴로 보자고 고명재 81
달걀의 편에서 양안다 87
당신 대신에 슬퍼하지 않았고 서효인 101
세 개의 라임 오은 123
기억이 속삭여주는 이야기 유희경 143
물 한잔을 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용목 151
나는 길을 구겼네 신이인 159
돌은 열려 있다 존재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이원 167
고독하고 부드럽고 단단한 김복희 183
깊이 우러나다 함돈균 193
면면 김민정 207
월동 전욱진 225
오직 하나의 얼굴 한정원 247
REVIEWS
존재를 쓰다듬는 손 박영택 250
사물의 질서, 김수강의 작품세계 현혜연 253
꽃의 질문을 닮은 시 김민정 258
ARTIST’S NOTE 261
작업 노트
내가 하는 작업은 주변에 무심히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별것 아닌 사물들을 깊이, 오래, 느리게, 가만히 보는 일이다. 내 생활의 한 모퉁이에서 깊고 조용한 아우라를 가지고 그저 거기에 있는 사물들을 내가 알아채는 어느 한순간, 작업은 시작된다.
사진의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그것들을 보고 또 보고 여러 번 쓰다듬으면서 나는 그 사물을 품은 사진 속 세상을 아주 천천히 이루어나간다. 작업을 할 때의 나는 그 사물들을 온몸으로 본다고 느낀다. 길고긴 시간 동안 들여다본 그 사물들이 절대 고요 속 마침내 가장 그것다운 모습으로 보일 때, 그때 비로소 그 이미지는 완성된다.
오래도록 바라본 사물들은 이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싶은 그 무엇이 되어, 가장 적당한 무게로 바로 거기에 ‘있다’. 가볍지 않고, 무겁지 않다. 완성된 이미지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그 사물들을 통해 최대한 천천히 온 정성을 다해 숨을 들이마시고, 또 그와 같은 과정으로 내쉰 깊은 호흡을 느낀다. 내 작업을 통해 완성된 하나의 사물은 이처럼 깊은 호흡이 주는 몸과 마음의 충만한 현존감을 닮아 있다.
1996년 처음 이 작업을 만났을 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연결된 덩어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사물을 만날 때마다 나는 새로운 우주를 만난다. 시간은 흐르고 이 작업이 주는 의미를 하나씩 더해가면서 나는 이를 아주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다. 느린 걸음으로 목적지 없는 고요한 산책을 하고 있다.
2024년 12월
김수강
책 속에서
김수강은 세상의 작은 사물들과 조우한 기억, 그 만남을 사진의 갈피 안에 품는다. 그것은 일회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자의 눈망울 속에 잠긴 풍경이다. 일상이 소요와 산책, 관찰과 느릿한 시선들의 산책 속에서 겨우 건져올려진 것들이다. 그 풍경은 고독하고 다소 아련하다.
―박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