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일러두기
수록된 글의 원 제목과 출전
제1장 서설, 연행을 떠나며
역사를 밟아 가며 풍속을 살피다 - 홍경모의 행인 의식과 중국 인식
제2장 압록강의 증언, 봉황산의 대관
압록강 명칭의 기원과 갈래
압록강 국경 표상의 형성
원나라의 등장과 교통로의 생성, 동팔참
봉황산성과 고대사에 대한 관심 - 안시성설의 제기와 반론
제3장 요동벌의 횡단, 자아의 발견
광야의 답보, 한 점 자아의 성찰 - 요양?~?우가장?~?광녕
호곡장, 지리 감각의 갱신과 신흥 왕조의 체험 - 석문령?~?요양?~?심양
대청 사행과 형가의 형상 - 태자하의 심상지리
하사의 통찰과 허자의 각성 - 심양?~?요하?~?의무려산
제4장 북경, 근대 이전 세계 문명의 심장
백전 벌판의 횡단과 역사 변동의 목격 - 광녕?~?영원성?~?산해관
문명 중심으로의 근접, 그 흥분과 기대 - 산해관?~?영평?~?통주
연경 입성, 조양문의 어제와 오늘 - 통주?~?조양문?~?옥하관
18세기 후반 북경 우정의 허실 - 박제가의 마음속 출로, 연경의 우정
제5장 오래전 떠나온 곳, 북방의 기운과 풍물
1345년 이곡의 상도 행로 - 북경?~?거용관?~?토목참?~?난경
잠결의 진경, 꿈결의 웅변 - 1780년 연암 박지원의 열하 행로
「야출고북구기」의 산문미
심세, 변방에서 천하 형세를 보다 - 연암 박지원의 열하 행보와 문심
구외의 풍물과 조양 관제묘의 밤 - 1790년 유득공 일행의 열하 행로
제6장 결어, 발길을 거두며
문명의 통로 연행로, 그 개방성과 폐쇄성 - 17세기 초 유몽인의 산문 읽기
참고문헌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밀접 관계의 역사는 3천 년이 넘는다. 한국의 역사에서 중국이 주요 현안이 아니었던 적은 드물다. 한국의 분단과 세계의 냉전으로 그 불가분의 관계가 잠시 시야에서 멀어진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났을 뿐이다. 이 오래고 특별한 관계를 짚어보면서,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중국 내 옛 연행로(燕行路에 대한 보고서이다. 연행로란 연행에 이용했던 길을 의미한다. 연행은 연경행(燕京行의 줄임이다. 연경은 춘주전국시대 연(燕나라의 수도가 있던 곳, 오늘날의 북경 지역이다. 근대 이전 외교는 사신의 왕래로 실천되었다. 북경이 명실상부 중국의 수도로 자리 잡은 1270년 무렵부터 1895년 공식 사행이 폐지되기까지의 북경 외교 사행을 연행이라 통칭한다. 연행의 책임을 맡았던 사신들은 연행사(燕行使, 연행 체험을 담은 기록은 연행록(燕行錄이라 한다. 연행로는 600년 한중 외교의 현장인 셈이다.
오랜 세월 연행로의 기능은 외교 사행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행에는 30명 내외 공식 사절의 숫자보다 10배 이상 많은 상단(商團이 따라붙는 게 상례였으니, 이들에 의해 국제교역이 이루어졌다. 연행로는 교역로였다. 수많은 서책이 이 길로 수입되었고, 주자의 학문과 서학도 같은 길로 들어왔다. 연행로는 문명로였다. 큰 전란이 있을 때마다 대규모 군사가 이 길을 오갔으며, 그 결과로 포로와 유이민과 망명객들이 그 위를 가기도 했다. 연행로는 군사로였으며 유이민 길 또는 망명로이기도 했다. 역사는 길을 통해 만들어져왔다. 길이 곧 역사이다.
저자의 어조는 시종 차분하고 시선은 끝까지 냉담하다. 이 책에는 과장이나 흥분이 없다. 저자에게 연행로는 매우 영광스러운 길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끄러워 감춰야 할 길도 아니다. 숱한 사연을 안고 있는 역사의 길일 뿐이다. 저자는 집요하고 정밀하게 옛길을 짚어 간다. 지명의 변천을 살피고, 끊어진 길을 잇고, 거기 남은 마음의 자취를 더듬고, 오랜 흔적이 들려주는 노래를